망한연애사. 1편

by 이다래

중3 때 한창 채팅이 유행했다. 연애라는 걸 무척이나 하고 싶었지만 나는 모든 면에서 연애에 불리했다. 우선, 여중여고를 나온 데다가 친하게 지내는 이성친구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성을 도무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동성친구들 앞에서조차 낯을 가렸고, 무엇보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채팅은 ‘이런 나도 연애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했다. 일단 얼굴을 보지 않고 시작하니까 말하기가 편했고, 채팅으로 어느 정도 친해지면 만났을 때 아무리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단박에 거절하진 않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일종의 속임수 같기도 하다.


그러다 한 남자애(이하, ‘A’)를 만났다. 나보다 키도 작고 마른 아이. 채팅에서 처음으로 말이 잘 통한 친구였다. 몇 번의 만남 뒤 사귀기로 했다. 부끄러움이 너무 많았던 우리는 늘 서로의 친구들을 대동하고 만났는데, 그래도 부끄러움이 사라지지 않아서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지도 못했다. 그래 놓고선 채팅으로는 별별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러다 갑자기 A에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받았다. 사귀기로 한 뒤 고작 2주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이유는 몸이 좋지 않다는 것. 어쩐지 그 아이의 외모도 이별사유에 적합해 보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웃음만 난다. 몸이 좋지 않다는 건 그냥 나랑 더 관계를 이어가기 싫어서 둘러댄 핑계였을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픈지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중병이라 쳐도 그게 이런 식으로 연애를 중단해야 할 이유가 될까.


첫 이별 후,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박효신의 ‘동경’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날 기억이나 할까요. 내 이름조차 생각이나 날까요. 누군가 매일 그대를 위해 늘 기도해온 걸 알까요.’라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사귀는 형태로 남자애를 만나는 건 처음이어서 나는 지금까지 A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이 난다. 잊지 못하는 건 그것뿐이다.


그 뒤로도 나는 몇 번의 찌질한 연애를 했다. 채팅의 유행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채팅을 놓지 못했다. 여전히 외모에 자신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이성친구를 만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교회나 동아리에서 혹은 미팅으로 남자친구를 사귈 때도 나는 채팅을 했다. 그러다 20살에 두 번째 연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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