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선생님

by 이다래

아이들은 참 제각각이다. 어떨 땐 다 똑같구나 싶다가도 어쩜 저렇게 다를까 싶기도 하다. 먹는 것도 그렇다. 어떤 아이는 계란을 싫어하고, 어떤 아이는 채소를 싫어하고, 어떤 아이는 밥만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반찬만 좋아한다. 먹는 양도 모두 제각각이다. 내가 보조교사로 일하는 어린이집의 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먹는 양이 적다. 그래서 미리 양을 줄여서 배식한다. 간식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빈 간식그릇을 내밀며 “더 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응?????”하고 되물었다. 물음표를 100개는 넘게 쓰고 싶을 만큼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 아이는 나의 물음에 다시 더 달라고 말했다. 전담선생님은 웃으며 그 아이는 참외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아서 당장 참외를 깎으러 갔다. 껍질을 깎아야 하는 과일이 그날의 간식으로 정해지면 나는 평소보다 일찍 간식준비에 들어간다. 다른 간식보다 준비하는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과일 깎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참외를 깎는 손이 절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몰랑몰랑하게 잘 익은 참외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적당량을 썰어서 그 아이에게 가져다주었다. 참외가 그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 오물오물 잘도 씹어지고 있었다. 입모양이 누가 봐도 맛있는 음식을 신나게 먹고 있는 모습이어서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한참을 지켜보았다. 귀엽다는 말을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그릇도 금방 비워지자 더 먹겠냐고 다시 물었다. 그 아이는 아니라고 답했다. 맘 같아선 세 그릇, 네 그릇도 더 주고 싶었다. 그날은 그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참외를 잘 먹었다. 그래서 2개의 참외를 더 깎아 배식했다. 싹 비워진 그릇들을 들고 탕비실로 가는데, 나는 이게 바로 손주에게 끊임없이 먹을 것을 내오는 할머니의 마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엄마와 아인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의 사랑은 참으로 단단하고도 넓구나 하는 걸 느낀다. 할머니의 사랑을 딱히 받아본 적 없는 나는, 엄마가 할머니가 된 모습이 너무 좋다. 엄마가 아인이에게 주는 마음이 너무 커서 나도 할머니의 사랑을 받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배운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아인이에게 또, 아이들에게 흘러간다. 이곳에서만큼은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빨리 늙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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