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감

by 이다래

아인이와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소시지빵과 바나나셰이크. 먼저 식사를 끝낸 내가 아인이에게 "엄마 이제 씻을게 천천히 먹어."라고 하자 아인이는 평소처럼 "안돼! 가지 마!"라며 한쪽 다리를 내 다리에 척 올려놓는다. 아인이의 다리가 주는 무게감은 크지 않지만 매번 그렇게 말해주는 게 괜히 고맙다. 그렇지만 지금 씻지 않으면 등원 시간이 늦어지니 아인이를 다리를 걷어내며 일어나려는데, 아인이가 다시 한번 나를 붙잡는다.


"엄마 할 말이 다섯 가지 있어."

"뭔데?" 하고 물었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다섯 가지를 말한다.

"엄마 사랑해. 엄마 좋아. 엄마 예뻐. 엄마 멋져. 엄마 요리는 최고야."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쉼이 없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뽀뽀를 하려고 했더니 또 그건 싫다며 얼굴을 돌린다. 알 수 없는 아인이의 마음.


어제는 하루 종일 오늘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생각하기가 싫었다. 글쓰기가 힘든 요즘. 그래서 아무 계획도 없는 채로 아침을 맞았다. 책상 앞에 앉아 이런저런 문장을 힘겹게 끄적이다가 아인이와의 아침이 생각이 났다. 그냥 한번 적어볼까 하고 적었는데 어느새 한 문단이 만들어졌다. 쓰고 싶은걸 쓰니 글이 조금은 써진다.


5살 아인이는 말을 잘 듣지 않는 어린이가 된 대신에, 사랑스러운 표현이 늘었다. 등원 길에 처음 보는 꽃을 보고는 이름을 알려달라기에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알려줬다. 꽃의 이름은 복사꽃. 아인이는 꽃 이름을 듣더니 이렇게 말한다. “복사꽃? 귀엽다. 그럼 다래(내이름)꽃이라고 하는 건 어떨까?”라고.


사실 이 복사꽃 일화는 메모장에 적어둔지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글로 풀어내지 못했던 이유는 평소에 내가 쓰는 글만큼의 분량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그런데 글로 쓰고 보니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 이게 글쓰기의 매력이지. 하며 적다가도 또 다음 문장에서 막힌다. 왜 이러지 요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 권태감. 특별하지 않아도 좋으니 뭐라도 적어봐야겠다. 그럼 다시 쓸 힘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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