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발목. 1편

by 이다래


넘어졌다. 그것도 심하게. 아인이를 데리러 가던 중 길을 건너기 위해서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딘 탓이었다. 쪽팔린 건 둘째치고 너무 아파서 바로 일어설 수 없었다. 발목에 힘이 붙길 잠시 기다리면서 옷에 흙을 털고, 무릎에 송골송골 맺힌 피를 수습했다. 사실 넘어지던 순간의 통증이 너무나 커서 어쩌다 넘어졌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걷는데 예전에 넘어졌을 때와는 느낌이 달라서 불안했다. 쩔뚝 거리면서 걷는 내 모습이 조금은 우습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인지 아픈 것을 티 내는 게 쑥스럽고 부끄럽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인이를 기다리며 친한 지인에게 괜히 말을 꺼냈다. 오는 길에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난다고, 발목도 삐끗해서 너무 아프다고. 아픈걸 티 내는 건 부끄러우면서도 하소연은 하고 싶었나 보다.​


남편에게 전화해 퇴근길에 약 좀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타박상에 바르는 파스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얼마 전에 서랍정리를 하면서 다 버려버렸다. 남편에게 퇴근길에 뭘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건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몸 쓰는 일을 하는 터라 안 그래도 피곤할텐데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을 버린 과거의 내가 살짝 원망스러웠다. 유통기한이 지나긴 했지만 좀 더 가지고 있어 볼걸. 그런데 또다시 생각해보니 그 약은 남편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사다둔 데다가 거의 쓰지도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은 덜 미안해졌다.​


남편은 타박상 연고와 함께 발목보호대까지 사 왔다. 뭐 이런 것까지 사 왔냐며 남편의 과소비를 꾸짖었지만 발목보호대가 아니었음 큰일 날 뻔했다. 밤이 되자 발목은 점점 더 부었고,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깐 깼는데 화장실까지 걷기도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우울한 기분으로 다시 잠을 청했다. 하필이면 출근 전날 이런 일이 벌어질게 뭐람. 급하게 대타를 알아봐야 하나. 그런 건 정말 싫은데.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하지만 다행히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벽만큼의 통증은 아니었고, 열심히 걸어걸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주 3일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 사정을 들은 전담 선생님들이 오전엔 바쁜 일이 없으니 얼른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다. 근처에 규모가 작은 a정형외과의원이 있고, 마을버스 타고 한정거장 거리에 b정형외과병원이 있다. 아무래도 정형외과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았지만, 대기환자가 많다는 간호사의 말에 a정형외과로 향했다. 이곳은 내가 예전에 손목통증으로 몇 차례 다녔던 곳이다. 의사도 불친절, 간호사도 불친절. 그 당시 손목통증도 별다른 호전 없이 그냥 그 병원이 가기 싫어서 치료를 관뒀다. 왜 우리 동네엔 괜찮은 정형외과가 없을까 하고 중얼거리며 a병원으로 향했다. 초음파로 발목을 살펴본 의사는 왼쪽 발목의 인대가 늘어났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반깁스를 하자고 했다.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데 어쩐 일인지 이전보다 통증이 나아졌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는데, 경미한 통증이 계속되어서 다시 a의원을 방문했다. 역시나 의사는 별다른 말이 없었고,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고 했다. 물리치료의 항목은 처음 왔을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치료를 받고 나서는 길. 오히려 더 심해진 통증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일주일을 더 버티다가 b병원을 찾았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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