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득자의 대출받기
집도 계약했으니 이제 다음은 대출이다. 남편은 목수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목수가 그렇듯 일용직이다. 그리고 일용직은 소득인정이 되지 않는다. 나 역시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인정이 되지 않는다. 대출 승인을 받을 때 그런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뭔가를 알아보기도 전부터 불안했다. 전세계약을 한 뒤, 바로 다음날 은행을 찾아갔고, 여러 대출 상품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잔금일 30일 전에 와야 승인 가능 여부나 대출 한도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2주 정도를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그날부터 틈만 나면 전세대출 상품을 검색했고, 나중에는 대출이 거절된 사례까지 검색해보고 있었다.
드디어 잔금일 30일 전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알아본 은행 중 제일 대출 금리가 저렴했던 A은행을 찾아갔다. 그날따라 대기자가 많아서 우리는 2시간 만에 은행원을 만날 수 있었다. 준비해온 서류를 제출하고 책 한 권만 한 대출신청 서류에 체크와 서명을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은행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고객님, 잠시만요!” 그리고 이어진 은행원의 말. 우리가 신청할 수 있는 대출상품은 감정가보다 전세가가 높으면 승인이 되지 않는데, 우리가 계약한 집이 감정가보다 전세가가 높게 나와서 대출이 어려울 거 같다는 거였다. 그리고 나에게 혹시라도 소득이 잡힐만한 게 있는지 다시 물어본다.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무너진 멘탈을 겨우 다잡고 물었다. 이런 상황이면 다른 은행을 가도 승인이 거절되는지. 은행원은 그건 본인도 알 수 없으니 다른 은행에 들러보라고 했다. A은행을 나서며 나는 남편에게 “우리 어떡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날은 내가 1시부터 근무가 있는 날이어서 남편은 B은행으로, 나는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A은행에서 2시간을 기다린 탓에 우리는 점심도 먹지 못한 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쳤던 건, 은행원 앞에서 수차례 우리 부부가 무직자임을 말해야 한다는 거였다.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류상 무직자였다.
그날은 어떤 정신으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길바닥에 나앉는 상상에 잔금을 못 맞춰서 계약금까지 날리는 상상이 더해졌다. 퇴근을 한 시간여 남겨뒀을 때쯤,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B은행에선 대출이 될 것 같다고, 대출한도도 우리가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는 남편에게 정말 확실한 건지 두 번 세 번 물었다.
며칠 뒤, 대출이 최종 승인됐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 내 마음을 뒤덮은 불안 때문에 감사한 일들을 잊고 있었다는 것. 집이 적당한 가격에 잘 팔렸고, 집을 매수하실 분도 좋은 분 같고, 재개발 철거 공사가 시작되기 전이니 이사 시기도 괜찮고, 마음에 드는 집도 찾았다. 매일 밤, 이 불안의 과정을 잘 버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결국 불안이 걷히고 나서야 감사한 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식의 불안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며 이불을 뒤집어 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그쪽을 바라는 게 지금의 나에겐 더 현실적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