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우리가 신청한 정부지원대출은 서류가 접수되고 대출승인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긴 편이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자주 가슴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고, 틈만 나면 우물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러면서도 아침이 되면 다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현관문을 나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평소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내가 우물의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지켜내야 할 일상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드디어 대출승인 여부에 대해 은행 직원이 연락을 주기로 한 날이 되었다. (정부지원대출이라도 대출실행은 은행에서 하기 때문에 최종 승인 여부는 은행 직원에게 들을 수 있다.) 아침부터 자꾸만 한숨이 났다. 마침 쉬는 날이라 좋아하는 야채곱창도 사다 먹고, 기다리던 러그가 도착했는데도 그 순간의 기쁨이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5시 즈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라고 나를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에서 나는 좋은 소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남편과 10년을 넘게 알고 지냈지만 그렇게 들뜬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자꾸 같은 말만 주고받았다. 자기 고생 많았어. 아니야 자기가 더 고생 많았지. 정말 잘됐다. 진짜 다행이야. 라고.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잘 버텨주어서 고맙다고. 코가 찡했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결국은 누구와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단순히 주변 환경, 집의 구조, 채광 등등이 좋아서 이 집을 놓치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순간들을 묵묵히 버텨준 남편과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나를 웃게 해주는 아인이가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거였다. 버티기 쉽지 않았던 그 시간들은 다행히도 나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빌어본다. 다음엔 부디 고난이 아닌 기쁨이 나를 달라지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홈스윗홈 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 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