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행복과 약간의 불안

by 이다래

꿈을 꿨다. 기차 안이었다. 남편과 나와 아인이는 지방에 있는 친정에 가는 길이었다.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는 기차라 우리는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남편이 사라졌다. 나는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아인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잠시 앉아있다가 나는 아인이에게 천 원짜리 네 장을 쥐어주며 "여기서 내려서 갈아타고 오면 돼." 라고 말했다. 아인이는 아무 말 없이 기차에서 내렸고, 나는 얼마 후 기차에서 내려 친정집에 도착했다.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 아인이가 걱정이 돼서 미칠 것 같았다. 기차는 잘 탔는지, 내릴 역에서 잘 내렸는지, 누군가 아인이를 데려가지는 않았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걸 혼자 감당할 아인이를 생각하니 너무나 괴로웠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역에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남동생을 찾았다. 그때 친정집 마당으로 남동생의 차가 후진해서 들어왔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인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남동생에게 고맙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조수석으로 달려가 차에서 내리는 아인이를 힘껏 껴안았다. 아인이는 펑펑 우는 내 품에 안겨 같이 울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뭐 이런 꿈이 다 있어. 화장실이나 갔다 와야지. 그러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조금 맺혀있던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워낙 꿈을 많이 꾸는 편이기도 하고, 꿈에서의 감정이나 느낌이 뜬금없거나 어이없는 경우가 많아서 잠에서 깨고 나서 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꿈은 그 감정이 너무나 생생했다. 다음날, 일찍 퇴근한 남편이 나와 아인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왔다. 같이 집으로 가던 중, 아인이는 남편과 같이 편의점에 간식거리를 사러 갔고, 나는 먼저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 앞 골목에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아인이를 데려간 게 맞나. 내가 아인이를 혼자 편의점에 보낸 건 아니겠지. 꿈이 진짜 같고, 진짜가 꿈같던 하루였다.


나는 이 모든 게 내가 지금 행복해서 일거라고 생각했다. 어릴 땐, 그러니까 10~20대 때는 그런 생각을 종종 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집에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빠 때문에 전전긍긍했으며, 학교에선 친구관계가 어려웠고, 직장생활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무의미했다. 가끔 했던 연애는 극도의 행복을 가져다주었지만, 이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 연애가 막을 내렸다. 적어도 나에겐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지금 남편과 아인이가 함께하는 내 삶이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한데, 한편으론 이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생각을 놓지 못한다. 내 일상을 흔들지 않을 만큼, 약간의 불안. 하지만 가끔 그 불안이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나 내 마음을 휘젓곤 한다.


아인이는 도깨비 꿈을 꾸고나서부터 부쩍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낮에 모든 방문이 활짝 열려있는 집 안에서 거실에 나와 남편이 있는데도 혼자 안방 화장실에 가는 게 무섭단다. 그런 마음을 잘 받아주다가도 나도 남편도 분주한 상황에선 아인이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던 중, 용감하게 혼자 안방 화장실에 다녀온 아인이가 말한다. 엄마 이제 무서운 마음들이 쉴거래. 라고. 아인이를 꼭 안아주면서 생각했다. 나의 불안한 마음들도 이제 그만 쉬어줬으면 하고. 하지만 아인이가 용기를 낸 것처럼 불안한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결국 나의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