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생애 #5
안녕, 내 귀여운 조카들! :)
오늘은 '수태고지'를 그린 다른 그림들을 보면서 공통점과 차이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수태고지’는 정말 많은 화가들이 그린 주제야.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많은 화가들이 그렸지. 성경의 내용을 그린 성화들은 같은 주제일 경우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라도 공통된 상징들이 등장한다고 했었지? 오늘은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그 상징들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그림들을 비교해보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
먼저 살펴볼 건 구도야. 구도란 그림을 그릴 때 그림 속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대한 걸 말해. 14세기~15세기에 그려진 전통적인 성화에서는 천사가 왼쪽, 마리아가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문화에서 글을 읽거나 그림을 볼 때 사람들의 시선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향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할 때 도입을 왼쪽에, 주제 중심을 오른쪽에 두는 경우가 많아. 수태고지의 많은 그림들도 이 원리를 따라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천사 가브리엘을 왼쪽에,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마리아를 오른쪽에 배치한 건 아닐까 생각해.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근대로 갈수록 이 구도의 법칙도 변화돼서 가브리엘과 마리아의 위치가 반대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수태고지를 주제로 그린 많은 그림들은 비슷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어. 처음 보는 그림이더라도 왼쪽에 날개 달린 인물이 있고, 오른쪽에 이야기를 듣는 듯한 여인이 있다면 수태고지의 내용일 거라고 예상해봐도 될 거야. ㅎㅎㅎ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대개 파란색은 ‘남자’, 빨간색이나 분홍색은 ‘여자’를 위한 색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예전 시대에는 반대로 사용됐었어. 빨강, 보라 등이 강한 권력을 가진 남성들을 위한 색이었고 파란색은 비잔틴 제국 시대 이후로 황후나 여황제 등 높은 지위에 있는 고귀한 여성을 위한 색으로 사용됐었어.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파란색 염료는 라피스 라줄리라는 돌을 갈아 만들었는데 이건 금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되었어. 그러니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던 귀한 색이었지. 그 시대에 마리아는 예수님의 생모인 고귀한 여성으로 신격화되었기에 성화 그리기를 의뢰했던 귀족들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자신들의 헌신을 표현하기 위해 마리아가 입는 옷을 파란색으로 칠하도록 했어. 그래서 대부분의 성화에서 마리아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고, 이후 마리아의 옷에 칠한 파란색을 마리안 블루(Marian Blue)라고 불렀어(맑고 짙으면서 깊은 파란색인 ultramarine의 별칭이기도 해). 그리고 이것이 전통적인 상징이 되어 이후로도 마리아를 그린 많은 그림에서 그녀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지.
수태고지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하나님께서 마리아에게 전하는 말씀‘이지. 동영상에서는 그 말씀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지만 정적인 그림에서는 소리가 들릴 수 없으니 화가들은 다른 요소를 빌려와 말씀을 표현했어. 모든 수태고지의 그림에서 표현한 건 아니었고, 소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니 여러 화가들이 다른 요소를 활용해 그 말씀을 표현했지.
1) 빛줄기
고모가 봤던 많은 수태고지들 중 말씀을 표현한 그림 대부분은 빛줄기로 표현했어. 도드라지게 튀지는 않지만 금으로 칠해진 가느다란 빛줄기들은 가브리엘이 말하고 있는 왼쪽에서 마리아가 말씀을 듣고 있는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어. 당시에도 비싸고 귀했던 금으로 표현한 빗줄기는 그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표현한 거라고 볼 수 있지.
2) 리본
리본으로 말씀을 표현한 그림들도 있어. 이 경우 실제 성경 구절을 리본에 쓰거나 그림에 대한 설명 등을 적어 넣었어. 거룩함을 드러내는 성화에 직접적인 글자가 적혀 있으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당시 화가들은 한 화면 안에 잘 어우러지게 그려냈어.
수태고지 주제의 그림들을 보다 보면 모든 수태고지에서 나오는 건 아니지만 많은 그림에서 하얀 비둘기가 그려져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하얀 비둘기는 전통적으로 성령을 표현하는 상징이야. 비둘기가 성령을 상징하게 된 데는 성경말씀에 기록된 게 있어서 그래. 예수님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성령이 비둘기와 같은 형체로 그의 위에 강림’하셨다는 구절이 있거든. 성령을 하얀 비둘기로 표현한 건 수태고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화에서 공통되게 사용하는 상징이야. 그러니 주제를 모르더라도 하얀 비둘기와 인물의 머리 위에 후광이 그려져 있다면 그건 성경 내용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라고 보면 돼.
지난 글과 이번 글을 통해 말한 공통점들이 그림들에 잘 드러나 있는 걸 보니 어때? ㅎㅎ 그림을 보는 재미가 생기지? ㅋㅋㅋ 그림 속에 포함된 상징들에 대해 알고, 그림 주제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림을 이해하는 재미가 점점 더 커질 거야. 앞으로도 성경 내용과 그림 속 상징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림을 좀 더 깊게 읽어보자고! 다음 글에서는 임신한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 이미지 출처
1) https://www.uffizi.it/en/artworks/annunciation-with-st-margaret-and-st-ansanus
3) https://www.uffizi.it/en/artworks/annunciation-635552ac-2628-47d6-a494-ccdf07f6154a
4) https://www.museothyssen.org/en/collection/artists/beer-jan/annun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