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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goongjun Nov 20. 2022

16. 스물아홉, 새 시작을 준비해 볼까?

새로운 경험 #1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꿈꾸다


첫 회사를 다닌 지 2년 반 정도가 지난 즈음 부모님은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지내기 위해 옮겨 가셨다. 아빠가 먼저 뉴질랜드에 가시고, 나중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면서 우리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나도 뉴질랜드로 건너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친척 중 뉴질랜드에 이민으로 정착한 가족들도 여럿 있었기에 우리 가족도 이민이 가능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하나씩 준비해보자고 이야기했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였다. 내가 신청하던 당시에는 서른(만 29세)까지 신청이 가능했고, 비자 발급받은 후 1년이 지나기 전에만 뉴질랜드에 입국하면 되는 거였기에 미리 준비해놓기에도 좋고, 가장 쉽게 뉴질랜드에 머물 수 있는 비자였다. 매년 4월 초에만 비자 신청이 가능했는데 처음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눴을 때가 28살이었고 그해 신청기한은 지난 뒤였기에 내가 신청할 수 있는 기회는 두 해가 남았었다. 신청기한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이어리에 잘 적어두고(당시엔 스마트폰이 없었다 ㅋㅋㅋ), 신체검사나 필요 서류 같은 걸 하나씩 준비해 29살에 신청해 발급받았다. 신청한다고 다 발급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해서 혹시나 못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발급받아 새로운 나라에 가기 위한 첫 발을 끊었구나 싶었다. ㅎㅎㅎ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고 나서 이민에 필요한 요소로 준비할 건 영어시험이었다. 영연방 국가들에 이민하기 위해서는 IELTS 6.0 이상이 필요했다. 당장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려고 시험을 봤었는데 5.5가 나왔었다. 내가 그전에 봤던 영어시험은 토익뿐이었는데 토익과는 다른 시험과정이 새로웠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4과목을 봐야 하는데 쓰기와 말하기 점수가 안타깝더라 ㅋㅋㅋㅋ


그래서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니 학원을 다니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IELTS 시험이나 학원 후기들을 검색해보니 해커스가 제일 잘되어 있는 것 같아 해커스를 다니기로 했다. 해커스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 학원의 시험 보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었다. ㅎㅎㅎ 읽기나 듣기는 객관식에 답이 정해져 있는 주관식이니 요령을 알려주겠거니 생각했지만 쓰기와 말하기까지 모범답안 공식과 전략이 있다는 건 해커스를 다니면서 알게 됐다. 주말반 수업 신청하고 2주 동안 전략과 요령을 배운 뒤 IELTS 시험을 봤는데 점수가 1점이 오르더라 ㅋㅋㅋㅋ 단번에 6.5점을 만들어버린 경험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신박한 경험이었다.


비자도 받았고, 영어 시험도 취득했으니 다음은 경력을 채우는 거였다. 당시 뉴질랜드 기술이민 점수를 찾아보니 그래픽 디자이너는 기술이민이 가능한 직군이었고, 경력이 4년이 되면 얻게 되는 점수가 있었다. 회사 경력을 정확히 4년 채우는 시점이 서른이 되는 해 4월이라 그때를 떠나는 시점으로 생각해두고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갈 길을 정확히 하자고 가족과 논의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준비는 다 끝났고 이제 일상을 보내며 기다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이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여 지내는 것을 염원하면서도 아예 새로운 나라에 가서 처음부터 자리를 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까마득하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는 스스로 적지 않다고 생각한 나이에 터전을 옮긴다는 불안함이 크더라. 그래도 이왕 차근차근 준비하고 마음먹은 거 떠날 때까지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고 갈 날을 기다려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꿈을 어릴 때부터 꾸긴 했지만 스물아홉, 서른을 목전에 두고 실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 떠나기로 한 날이 가까워질수록 불안함보다는 새로운 곳을 향하는 설렘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즐거워하던 게 기억난다. 다른 해보다 부지런하게 지내면서 약간의 불안감과 설렘을 품고 지냈던 스물아홉이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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