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음

by B시인


무심하기엔 다소 예민하지

예민하기엔 벌써 늦었고.


어쩌다 메슥거릴 때면

너가 그대로 놓고 간 기억들이

무겁게 잠겨있다 떠올라.


한 번 중력을 잃기 시작하면

점점 더 빠르게 튀어 오르는

속 빈 드럼통처럼

요란스런 기포를 동반하고

기어코 수면을 돌파해.


정작 수면 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지.

그걸 진작에 알고서도 멈추지 못하는

멈출 생각도 없는 그 충동에 감탄해.


좋든 싫든 대뇌에 바로 전달돼버리는

어느 화려했던 밤을

다음날 적막해진 아침에서야 보면

더 공허해 보이는 것은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일환이야.


잔잔하고 느슨했던 일상이

한 편의 기억으로

복작복작한 나날이 돼.


우리는 처음부터 너무 잘 맞았어

아니 이전부터 일지도 몰라

너가 나였다는 말일 수도

그래서 더 맞출 필요도 없었던 거야.


우리는 너무 잘 알아서

더 이상 알 수 없어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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