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기엔 다소 예민하지
예민하기엔 벌써 늦었고.
어쩌다 메슥거릴 때면
너가 그대로 놓고 간 기억들이
무겁게 잠겨있다 떠올라.
한 번 중력을 잃기 시작하면
점점 더 빠르게 튀어 오르는
속 빈 드럼통처럼
요란스런 기포를 동반하고
기어코 수면을 돌파해.
정작 수면 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지.
그걸 진작에 알고서도 멈추지 못하는
멈출 생각도 없는 그 충동에 감탄해.
좋든 싫든 대뇌에 바로 전달돼버리는
어느 화려했던 밤을
다음날 적막해진 아침에서야 보면
더 공허해 보이는 것은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일환이야.
잔잔하고 느슨했던 일상이
한 편의 기억으로
복작복작한 나날이 돼.
우리는 처음부터 너무 잘 맞았어
아니 이전부터 일지도 몰라
너가 나였다는 말일 수도
그래서 더 맞출 필요도 없었던 거야.
우리는 너무 잘 알아서
더 이상 알 수 없어
(알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