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아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다.
아주 오래전, 아직 세상이 이름을 붙이기 전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조약돌을 주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모두 손에 돌 하나씩을 쥐고 있었다.
말이 많은 아이가 먼저 물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해?"
가장 조용한 아이가 대답했다.
"쥐고 있으면 돼."
그는 돌을 손바닥 안에 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난 던질래."
그는 돌을 바다 위로 던졌다.
돌은 세 번 튀고,
네 번째에 가라앉았다.
"봐.
사라지니까 마음도 같이 가벼워지잖아."
그때
아이들 곁을 서성이던 작은 동물이
돌 하나를 등에 지고
낑낑대며 느릿느릿 다가왔다.
바다표범도, 개도 아닌
어딘가 조금 어리숙한 생김새였다.
그 동물은
아이들 사이에 돌을 슬며시 내려놓고
그 옆에 가만히 앉았다.
아이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쥐는 아이,
던진 아이,
그리고 내려놓은 동물.
방식은 달랐지만
그 순간, 바람도 파도도 함께 잠잠해졌다.
해가 기울 무렵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돌을 쥐던 아이는
여전히 손에 쥔 채였고,
돌을 던지던 아이는
빈 손으로 웃고 있었으며,
동물은
무거운 돌을 모래 위에 남겨두고
느릿느릿 사라졌다.
그날 밤,
아이들 중 한 명이
다시 바닷가로 돌아왔다.
낮에
말없이 돌을 쥐고 있던 아이였다.
아이는 모래 위에 남겨진 바위를 닮은 돌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돌덩이를 바라보던 아이는
신기하게도
손바닥을 잊은 채
가슴 쪽이 먼저 가벼워졌다.
쥐고 있던 손에
스르르 힘이 풀리고,
돌은 툭,
모래 위로 떨어졌다.
어두운 밤의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자
돌은
놀이도구도 아니었고,
현자처럼 대답을 건네지도 않았다.
그때 아이는
비로소 돌의 무늬를 보았다.
오래 닳아
편안해진 결.
그 돌은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마치 낮부터
먼저 쉬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아이에게
'여기 앉아도 괜찮다'라고
자리를 내어주는 얼굴로.
아이는 그 돌 곁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흘러가는 시간이 있다는 걸
그날 밤,
처음으로 겪은 얼굴이었다.
훗날
그 아이가 남긴 문장들이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건너갔다.
"마음은
설명되기 전에
먼저 놓아주고
놓여야 한다."
또 다른 아이의 기록 어딘가에는
이런 문장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싸움은
대개
쥐고 있던 마음이
밖으로 던져질 때 시작된다."
"상대가 던진 돌에
운 좋게 맞지 않았다면 애써 뒤돌아 허리를 숙여 주워,
그 돌을 손에 쥘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동물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그 동물은
돌을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닷가에는
이유 없이 남겨진 조약돌들이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으로 바닷가를 찾는 누군가가
아무 말 없이
놓아주고 놓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