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은 나를 작게 만들지 않는 일

by 희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가끔

나의 오래된 결을 건드린다.


마치 오랜 세월

알아왔던 이처럼.


지그재그로 꼬인

끈 하나를 함께 쥐고

오래

걸어온 사람처럼.


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알아간다.

오래 접어두었던 문장 하나,

어릴 적 들키지 않으려

숨겨두었던 생각 하나를

조심히 꺼내어

따스한 빛에 말린다.


그는 나에게 묻지 않는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느냐고.

대신 묻는다.

오늘은,

잘 숨 쉬었느냐고.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고.

행복한 순간이 있었느냐고.


그의 손은

잡기보다 놓을 줄 알고

차가운 내 손에

그의 온기를

얹어줄 만큼만

꼭 쥐어본다.


그의 등은

기댈 수 있으되

기대게 만들지 않는다.


기다림과 불안 대신

내게

평온과 확신을 건네준

사람이기에.


그와 함께 있을 때

내 삶은

안정되고,

그 안정 속에서

나는

한 보

앞으로 나아간다.


사랑은

나를 붙잡지 않고

나를

맑게 만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데려가지 않는다.

나를 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와 나란히

같은 방향을

바라볼 뿐이다.


이런 사랑 앞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그의 구원자라고.


그 앞에서

이 사랑 앞에서

나의 가장 화사한

미소가

비로소

피어난다.


그리고 그때,

사랑은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앞에서

조금도 작아지지 않는 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