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2)
모처럼 쉬는 날인데,
왜 더 피곤해지는 걸까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 하루가
이상하게 낯설지 않습니다.
쉬는 날을 앞두고도
우리는 계산부터 합니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얼마나 '잘 쉬었는지' 증명할지.
언제부터
쉼마저 성과가 되었을까요.
잠깐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조금 느려지면
세상에서 밀려날 것 같은 마음.
그래서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휴대폰을 켭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어딘가를 향해 계속 달립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시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멀리 간 사람들은
모두 '잘 멈출 줄 알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회의 대신 산책을 했고,
중요한 결정일수록 더 많이 걸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기회를 거절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매년 두 달을 침묵 속에서 보냅니다.
그들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진실을 말해왔습니다.
쓸모없는 나무가
오히려 오래 산다고.
너무 유능해서,
너무 열심히 살아서,
먼저 베이지 말라고.
심리학도 같은 말을 합니다.
번아웃의 진짜 원인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회복 없이 반복하는 삶이라고.
쉬어도 쉬지 못하는 사람,
멈추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그 사람이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천천히'를 게으름으로 배웠을까요.
멈춤을 패배로,
쉼을 도망으로 오해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쉬지 못한 몸으로
삶을 '완주'하듯 살아냅니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입니다.
속도를 줄이는 사람이 지는 게 아니라,
쉬지 못하는 사람이 먼저 탈락합니다.
멈춤은 후퇴가 아니라 재정비이고,
쉼은 포기가 아니라 재충전입니다.
나 역시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흔들립니다.
그래서 요가를 하고,
그래서 글을 씁니다.
느려지기 위해
일부러 연습하는 삶.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 돌아오는 연습을 합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잠깐 멈춰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달려왔습니다.
오늘은
내 마음의 속도를
한 박자만 늦춰보는 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그냥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
오늘은,
마음을 쉬게 하는 날입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하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