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내 인생의 두 무대가 하나로 겹쳤다.“
첫아이 돌잔치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여름 아침,
나는 방송국 복도를 걸었다.
손에는 마이크를, 가슴에는 붕대를 감고,
설렘과 묵직한 긴장이 함께 뛰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조금 무리해 보이는 걸음이었지만
그날의 나는, 두 개의 무대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었다.
전날, 틈틈이 유축을 해두고
새벽 4시에 출장 헤어·메이크업을 받았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
나는 누구보다 먼저 촬영장에 도착했다.
촬영 도중, 피디가 물었다.
“어떤 방송을 하고 싶으세요?”
“공공의 이익이 되는 방송을 많이 찍고 싶어요.”
출산 후 돌잔치도 지나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부어 있던 시절이지만
내 눈에는 그 모습이 꽤나 좋다.
꿈을 펼치고 무대에 서고, 몰입하는 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시절을 살고 있지만
꿈을 향해 걷는 마음은 여전히 닮아 있다.
아마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어떤 시절에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일의 ‘결과’들을 훈장처럼 여기지 않는다.
다만 그 일들을 해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기억하고 되짚는다.
때론 온전히 반짝이지도 않았고
기쁘지만은 않았던,
외롭고 쓸쓸한 과정들을
묵묵히 견디며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을 바라본다.
그러면 과거의 나에게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노력과 저력은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나를 향한 사람들의
“재능 있어. 넌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의심 없이 믿었다.
아니, 믿으려 노력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 힘으로 많은 실패와 고난을 넘어
성장했던 그때의 경험들은
다시금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마주할 때
큰 힘이 되었다.
실패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자존감의 가장 좋은 땔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 안의 저력은
꽤나 멋지고, 단단하다.
그래서 나는
갈림길 앞에 서는 오늘도
스스로를 믿는 마음으로
소신을 담아 선택한다.
내가 선택한 모든 결과는
시절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보여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믿는 마음.
그게 지금의 나를 다시 꽃피우게 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 꽃은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무대 위의 나로서도
언제든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