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느린 기적이 찾아온 날이야
아침부터 루루는 바빴다.
눈뜨자마자 달력부터 확인하고,
빵을 반쯤 씹은 채 가방에 넣고 뛰어나왔다.
"오늘은 꼭 늦지 않아야 해."
루루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가방 속엔 숙제, 도시락,
그리고 어제 다 꾸지 못한 꿈의 조각이 들어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버스는 막 떠나가고 있었다.
루루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숨이 차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벤치에 앉은 푸롱이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 루루야. 다음 버스도 와."
루루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도 늦으면 혼나잖아."
푸롱은 느릿하게 웃었다.
"그래서 오늘은 늦어보는 날로 해봐.
세상은 생각보다 너를 기다려줄지도 몰라."
루루는 고개를 갸웃했다.
‘쳇, 똑같이 늦었으면서,
푸롱이는 뭐가 저리 자신만만한 거야.'
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 한쪽에 조용히 머물렀다.
그래서 오늘은 뛰지 않았다.
그저 걷기로 했다.
길가의 은행잎이 바람에 구르고,
빵집 굴뚝에서는 막 구운 크루아상이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모모가 창문가에 앉아 하품을 하며 루루를 바라봤다.
하늘에는 누군가 놓친 풍선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루루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풍선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무 일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보였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루루는 살짝 긴장했다.
‘늦었으니 혼나겠지…‘
그런데 선생님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루루야, 오는 길에 좋은 일 있었나 보구나?
오늘은 얼굴이 유난히 밝네."
루루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가방을 조심히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오늘은 정말로, 느린 기적이 찾아온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