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해 오래 남는 것
빨리 다가오는 마음일수록
얼굴부터 내밀고 스러진다.
손등의 체온처럼
잠깐 뜨거웠다가
아무 흔적 없이 식는다.
천천히 다가오는 것들은
눈에 띄지 않게 머문다.
서둘지 않는 말,
답장을 재촉하지 않는 숨결,
먼저 그늘을 내어주는 몸짓들.
느린 마음은
늦게 자리를 잡는다.
말을 건네지 않아도
안쪽 깊은 데 먼저 닿는다.
빛이 미처 닿지 않은 곳에
먼저 누워 있는 것,
그게 마음의 속도다.
가까이 있어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마음이 있고,
멀리 있어도
오래 남는 체온이 있다.
천천히 오는 마음은
닿기 전에 먼저 머문다.
시간을 밀어내지 않고
그 안에 아주 고요히 눌러앉는다.
우리는 종종
떠난 뒤에야 그것들을 알아본다.
희미해져도 지워지지 않는
그늘 같은 것들.
서두른 정성은 흔적이 없고,
늦게 온 마음은
끝내
느리게 도착한 시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