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에서 다시, 너에게로
〈빛의 사분악〉
사라짐에서 고요로, 고요에서 빛으로,
그리고 다시 회복으로 이어지는
네 개의 흐름을 담은 글입니다.
문을 닫는 순간의 적막,
그 적막 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흔들림,
유리창 너머로 스며오는 작은 빛의 조각,
그리고 마침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숨.
그 모든 미세한 결들을
'여울(洧)'이라는 화자를 통해 풀어낸
감각의 사계(四季)이자,
한 인간의 조용한 귀환을 기록한 서정의 악장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장 낮은 곳에서
빛을 다시 발견한 순간을 다루고 있기에,
잃어버린 감정의 결을 더듬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註. 여울(洧), 화자
물결이 얕게 흐르며
햇빛을 가장 먼저 받아 흔들리는 자리.
멈춘 듯 흐르고,
흐르는 듯 머무는
맑은 물의 이름.
여울(洧)은
문을 닫아둔 저녁,
자신의 그림자 대신
겨울바람을 들여보냈다.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흩어진 마음의 끝자락이
창턱에 얇게 누웠고,
세상의 색이
아무도 모르게
서늘히 비워졌다.
고요는
여울을 감싸듯 방 안을 채웠다.
탁자 위에 남던 잔열도
이윽고 식어
바닥의 그늘로 스며들고,
여울은
소리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자신 안의 먼지를 바라보았다.
그 먼지들은
움직이지 않는 별처럼
고요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때,
유리창 너머에서
빛의 조각 하나가
가만히 방 안으로 흘렀다.
어둠은 그 조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더 깊게 모여들고,
여울은
빛이 바닥에 눕는 소리를
숨을 고르며 들었다.
그 조각은
창백한 온기를 틔우며
잠든 마음의 표면을
살며시 흔들었다.
흔들린 마음 위로
안개 한 올이 풀리듯
얇은 길 하나가 열리고,
그 길을 따라
여린 봄빛이
여울의 물결을 깨웠다.
얼어붙었던 숨이
천천히 풀리며
어둠의 결이 바뀌고,
그 미세한 떨림 하나가
여울을
세상 밖으로 이끄는
첫 숨이 되었다.
여울(洧)은
다시 이어지는 하루의 빛을
조용히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