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물을 주는데 하얀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앞을 스친다.
물 내리는 꽃 틈으로 날개를 숨기는가 싶더니 멈칫
하는 사이 별일 아니라는 듯 흘러나와
홀랑홀랑 제 갈 길을 간다.
젖지도 않고.
저 작은 몸을 살자면 접었다 폈다 지칠 만도 한데,
비에 바람에 꺾일 만도 한데, 정물을 희롱하는 날개가 되어 난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듯이 가깝고 멀어지기를,
이 집, 저 집 안부를 묻고 전하기를 오래.
2015년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노트북도 세상을 날았다.
그는 세상 모든 입체를 평면화하는 날개같았다.
마음을 일 길 없는 이의 표정을 살피고,
먼 동네의 일이 등 뒤에서 출렁이기도 하면서,
가끔은 잠수도 하고, 뜬금없는 달리기도.
닿아본 적 없는 原始의 날을 꿈꾸며 세월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