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 and R Sep 10. 2018

팔자주름

어머니의 팔자주름이 깊어졌어요

포도농사를 짓는 작은집에 다녀오신 삼일 동안

아무리 노동을 하셨다고 해도

이건 너무해요


엄마가 할머니가 되셨어요

아직 손주도 못 보셨는데 할머니라니요

제가 지금 하는 꼴을 봐선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기약도 없는데

팔자주름이 저를 보고 다그치고 화를 내는 거 같아요


어머니가 음식을 드실 때마다

팔자주름 밖에 보이질 않아요

왜 이렇게 길고 깊어졌는지...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입술을 손가락으로 막고

볼에 바람을 넣으면

팔자 주름 개선에 좋다는데

어머니 마음이 아플까 봐

차마 말씀도 못 드려요


가계에 도움도 안 되고

앞가림조차 못하는 못난 아들 때문에

지금도 하루 종일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럽고 죄송한 마음이에요


하나님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

맞게 가고 있는 거예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름길은 아니더라도

빙 돌아서 가고 싶지는 않아요


부모님이 너무 안쓰러워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마음이 아파요

저 빨리 부모님께 쓸모 있는 아들이 되고 싶어요


이것도 너무 세속적인 바람인가요?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지 못하는 기도제목인가요?

하나님

제발요

형통하게 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창세기 42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