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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Apr 01. 2021

법칙 1) 규칙은 그냥 생긴 게 아냐!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질서 너머』조던피터슨

한 줄 평: 규칙을 바꾸려는 너! 그 규칙이 왜 생겼는지 알아? 규칙을 지키려는 너! 그 규칙이 왜 생겼는지 알아?



    제목만 보면 규칙을 바꾸려는 사람에게 하는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규칙을 바꾸려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규칙을 지키려는 사람에게도 동시에 하는 말입니다.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늘 리뷰를 잘 따라오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보수성과 창의성

    오늘은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 '법칙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를 리뷰하겠습니다. 법칙 1은 두 가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첫째, 기존 제도, 규칙, 규율을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둘째, 기존 제도, 규칙, 규율에서 벗어나려는 변화를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 마라.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바꿔보겠습니다. '보수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진보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확 와닿지 않습니까? 보수랑 진보라는 단어를 쓰니까 정치적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하지만 보수랑 진보가 정치에서만 쓰이는 단어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수적 기질과 진보적 기질 둘 중에 하나를 갖고 있습니다. 둘 중에 하나라고 말한 이유는 보수적 기질과 진보적 기질이 상호 배타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 기질을 초월하는 지혜를 갖춘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지혜를 갖춘 사람은 드물죠. 저는 조던 피터슨이 그런 지혜를 갖춘 사람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20~30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조던 피터슨은 진보라는 단어보다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썼기 때문에 저도 보수와 진보라고 하지 않고 보수성과 창의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조던 피터슨이 이 책 법칙 1에 담은 주제는 명확합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보수성과 창의성이 모두 필요한데 어떻게 하면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보수성과 창의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은 뻔하고 재미없는 말처럼 들립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심심한 말처럼 여겨지죠.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보수성과 창의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많습니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 난 사람들로 가득하죠. 그래서 조던 피터슨은 먼저 보수성과 창의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설명합니다.


    보수성과 창의성은 상호 배타적인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완전히 상호의존적입니다. 규율이나 규칙도 결국 창의적 변화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규율이나 규칙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변화는 곧 규율과 규칙으로 자리 잡습니다.




풋살 모임에서 생긴 규칙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겪은 일인데요, 교회 청년들끼리 정기적으로 풋살을 하는 모임이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몇 달간 못하다가 최근에 풋살장 규제가 풀리면서 다시 할 수 있게 됐는데, 코로나 규제 이전에는 10명~15명 간신히 모이던 사람들이 규제가 풀리니까 20명에서 30명까지도 모이는 거예요. 사실 풋살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인원이었죠. 그리고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곳곳에서 작은 불만들이 하나둘씩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가다가는 청년들이 서로 더욱 친해지고 유대감을 형성하자는 의미로 시작한 풋살 모임이 오히려 갈등과 싸움의 장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풋살 모임의 규칙들을 몇 개 만들었습니다. 규칙들 중에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참석 여부 투표를 하지 않고 당일에 그냥 나타나면 게임에 뛰지 못한다.' 이 규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규칙이 있기 전에는 참석 여부 투표를 하지 않고 당일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도 모두 풋살 게임에 뛰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거죠. 투표를 하지 않고 나타난 사람이 한두 명이라면 감당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이 5명에서 10명까지 되어버리니까 풋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가 않는 거죠. 모든 사람이 투표를 했다면 더 큰 구장을 빌리거나 아예 정식 축구장을 빌렸을 텐데, 투표 인원만 보고 작은 구장을 빌렸는데 막상 인원이 넘치니 게임 진행에도 문제가 생기고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거죠. 이런 배경에서 이 규칙이 나온 겁니다. 교회에서 하는 모임인데 왜 이렇게 각박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투표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거든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능한 일인데,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제가 경험한 풋살 모임으로 예를 들었지만, 사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규칙이 생기기 마련이죠. 또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규칙들은 보완되고 변화될 필요를 맞게 됩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때 기존의 규칙이 생겼던 이유나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바꾸려고 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규칙을 무작정 고수하려고 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입니다. 즉, 보수성과 창의성은 모두 필요합니다.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갖춘 영웅 - 예수님

    그런데 문제는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갖춘 사람이 드물다는 겁니다. 조던 피터슨은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우선 보수성과 창의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진심으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넘어서 '과연 나는 정말로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이제 그다음 단계를 밟을 자격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지혜를, 보수성과 창의성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균형을 갖출 수 있을까요?


    조던 피터슨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은 복잡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 주로 이야기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던 피터슨은 <포카혼타스>와 <해리포터>를 예시로 들면서 말합니다. '규칙을 충실히 따라서 빛나는 본보기가 될 수 있을 때는 규칙을 따라라. 하지만 그 규칙이 큰 걸림돌이 되어 그 핵심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게 할 때는 규칙을 깨뜨려라.' 이것이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갖출 수 있는 기본 정신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잘 와닿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조던 피터슨은 복음서를 예로 듭니다.


    누가복음 6장 1절에서 10절까지의 말씀인데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예수님이 안식일을 범한 이야기입니다. 유대 사회에는 안식일에는 일해서는 안 된다는 율법, 즉 규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제자들과 함께 밀밭 사이를 걸어가실 때 제자들이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벼 먹는 걸 그대로 두셨습니다. 당시 보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제자들이 안식일에 일을 했는데 율법을 어긴 거 아니냐, 그런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 예수님은 이렇게 말하실 뿐이죠. '안식일의 주인은 인자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수님이 안식일에 회당에서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고치시는 장면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고발하기 위해 예수님을 감시하며 따라다녔습니다.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고치는 행위가 안식일을 범하는 것이라는 걸 예수님 스스로도 아셨고, 바리새인들이 그걸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는 것 또한 아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리새인들이 묻기 전에 먼저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이렇게 말씀하시고 안식일을 범하시면서 그 사람을 치료해 주십니다.


    조던 피터슨은 예수님이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갖춘 완벽한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에서는 예수님이 율법이자 그 당시 사회의 규칙을 어겼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렇게 행동하신 데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율법이자 규칙인 안식일의 본질을 꿰뚫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위해서 하나님이 주신 날입니다. 주인이든 종이든 그 누가 됐든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라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는 율법이 생긴 겁니다. 고된 노동으로 지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안식일이라는 율법은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을 치유하는 행동에 앞설 수 없는 것이죠. 안식일에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을 돕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안식일을 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더 잘 실현하는 일인 것입니다.




보수성과 창의성을 모두 갖추려면?

    조던 피터슨은 『신약성경』 사본에 삽입되어 있는 문장으로 법칙 1을 정리합니다. "같은 날 안식일에 일하는 한 사람을 보고 예수가 그자에게 말했다. 오 진실로 그대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 그대는 복받은 사람이요, 그걸 알지 못한다면 그대는 저주받은 자, 율법을 어긴 자로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조던 피터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율법의 필요성, 그로써 방지되는 혼돈, 율법을 깨뜨릴 때 발생할 위험.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면서도 더 높은 선에 봉사할 목적으로 예외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면 당신은 고상한 도덕적 행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위반하고 있는 규칙의 중요성을 알려 하지 않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행동한다면, 당신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전통을 소홀히 여기는 태도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망친다.'


    창의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규칙의 본질과 규칙을 깨뜨렸을 때 발생할 위험 등을 모두 이해한 후 규칙을 넘어서는 선에 봉사할 목적이라면 예외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은 보수성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규칙을 지키려고 할 때 과연 규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 생각 없이 규칙의 껍데기만 지키려고 하면 바리새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규칙에 대한 이해 없이 마냥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나 규칙에 대한 이해 없이 규칙을 지키려는 사람 둘 다 똑같은 함정에 빠져있는 사람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보수성과 창의성을 고루 갖춘 지혜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규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규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란 규칙이 생긴 배경과 이유, 정신을 포함해서 규칙을 깨뜨릴 때 발생할 위험까지 모두 포함한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이해를 가진 사람만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 규칙을 지키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변화를 맞아들이는 게 나은지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풋살 모임에서도 지혜로운 인간이..

    교회 풋살 모임 규칙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풋살에 참여하지 못한다'라는 규칙이 있지만, 만약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새신자의 경우에는 이 규칙을 깨면서도 충분히 함께 운동하자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규칙의 본질을 뛰어넘는, 청년부 지체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자는 더 큰 선에 봉사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새신자를 투표 없이 받아들이는 건 어쩌면 풋살 모임의 근본적인 목적과 더 잘 맞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규칙을 깨뜨렸을 때는 분명 그 규칙을 깨뜨렸을 때 발생할 위험도 이해해야 합니다. 혹시 규칙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회원들이 있을 경우에는 반발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과 동시에 규칙을 그냥 무시한 게 아니라는 걸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해가 공동체에 공유되지 않는다면 규칙은 앞으로 쉽게 무시당하고 더 높은 선에 봉사했음에도 규칙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반동분자로 분류될 겁니다. 예수님 또한 안식일을 범하시면서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의 근본정신인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충분히 하셨습니다. 물론, 그들의 마음이 완악해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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