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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Jun 16. 2017

11.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 책세상

★★★★★

기간: 2017.6.8~12

한 줄 댓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토론이 중요한 이유. 토론을 통해 진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200쪽 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이다. 하지만 400~500쪽짜리 책을 읽을 만큼 오래 걸렸다. 이 책이 잘 읽히지 않아서가 아니다. 생각거리가 너무 많다. 밀의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면 중간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밀의 논리 전개 방식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200쪽 중에서 쓸데없는 말이 하나도 없다. 논리를 따라가며 하나하나 다 생각해볼 주제였기 때문에 보통 독서 시간보다 2배나 길어졌다.

  독후감 쓸 때 참고하거나 다른 글을 쓸 때 참고하기 위해 좋은 구절이나 생각거리들을 뽑아 메모하는데 메모가 무려 16쪽이나 됐다. 책마다 장르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놀라움을 전하기 위해 비교해보겠다. 보통 300쪽짜리 비문학 책을 기준으로 감명 깊게 읽었다 싶은 책들은 10쪽 정도의 메모가 나온다. 그런데 이 책은 200쪽인데도 불구하고 메모가 16쪽이다. 단순하게 산술 계산을 해보자. 자유론이 300쪽이었다면 메모가 24쪽이 나왔을 것이다. 다른 책들에 비해 2배 이상의 메모가 나온 것이다.


  1장 머리말

  자유에 대한 밀의 주장은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32p) 자유의 허용 범위에 대한 것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을 풀어보자. '인간은 누구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자유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피해를 준다면 자유를 침해한 그 사람의 자유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밀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먼저 제시한 후 해결 방안과 보완 설명을 논리적으로 해나간다.


  밀이 자유를 이야기할 때 '누구나'라는 말을 썼지만 과연 '누구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뜻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이 원리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굳이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법에서 성인으로 규정한 나이에 미치지 못하는 어린 아이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의 위험 못지않게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33p)

  밀은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사람, 어린아이는 물론 성인이더라도 정신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 침해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뒤에서 나오지만 미개 사회에 사는 사람들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밀은 논거는 이렇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잘 모르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주장에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과연 그런 기준을 인간이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든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이라는 기준은 모든 사람이 그 시기를 지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개 사회라든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나치가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전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런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지 않은가. 따라서 정신적으로 미성숙함을 규정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밀은 자유의 기본 영역 3가지에 대해 말한다. '첫째, 내면적 의식의 영역이다. (생략)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지녀야 한다. 셋째, 이러한 개인의 자유에서 이와 똑같은 원리의 적용을 받는 결사의 자유가 도출된다.' (36~37p) 2, 3, 4장에서 이 3가지 영역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부터 보자.

  개인의 생각과 그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가 왜 중요한지 2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만약 억압하려고 하는 의견이 진리인 경우 우리가 진리를 찾을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기 때문이다. 둘째, 억압하려고 하는 의견이 진리가 아니고 기존 의견이 진리인 경우 틀린 것과 옳은 것의 대비를 통해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 (44p)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이해하기 쉽다.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기존에 자신들이 믿는 의견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할 수 있다. 반면에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억압 가운데서도 살아남는 것이 진리 아닌가. 그러니 억압은 진리를 구분함에 있어서 더욱 필요하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진리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을 진리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역사적 사실을 조금만 찾아보더라도 살아남는 것이 진리라는 주장은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직 진리만이 지하 감옥과 화형의 박해를 이겨낼 수 있는 어떤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은 순진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때로 거짓에 대해서 무섭게 빠져드는데, 진리를 향한 열정이 이것보다 더 뜨겁다고 할 수도 없다.' (65p) 그렇다. 억압을 통해 진리를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지키기 위해 교묘하게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밀의 논리적인 통찰력은 첫 번째 이유보다 두 번째 이유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기존 의견이 진리인 경우 거짓 의견을 가진 사람과 토론하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대비를 통해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낸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효과가 있는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하느 것의 근거를 조금도 알지 못하고, 극히 피상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에도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 (74p) 그렇다. 결국 기존 의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신앙을 돌아봤다. 내가 믿는 예수님에 대해 누가 비판한다면 나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사실 자신이 없다. 믿는다고 하지만 지식이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성으로만 믿는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하지만 지성이 없는 믿음 또한 불안하다.

  밀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자세히 알고 그 장단점을 꿰고 있지 않으면 왜 자신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설명하기 어렵다' (76p)고 말한다. 처음에 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그 주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을지 몰라도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주장을 전달받은 사람들은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잘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고 말이다. '단순히 그 주장의 근거만 아니라,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모르게 된다. 그 주장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특별한 생각을 담아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처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일부분만을 옮길 수 있을 뿐이다. 생생한 개념과 분명한 확신 대신에 그저 기계적으로 외운 몇 구절만 남게 되는 것이다.(80~81p) 정말 놀라운 밀의 통찰력이다. 이런 이유로 자유로운 생각의 표현과 토론이 중요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를 정리해보자. 기존 의견이 진리라 할 때 반대 의견을 거짓이라고 억압해버리면 진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만 남게 된다. 따라서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진리를 설득할 수 없게 된다. 진리가 더 이상 진리로 남아있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믿는 의견뿐 아니라 반대 의견까지 잘 알아야 진리를 더욱 진리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두 가지만 봐도 충분히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밀의 통찰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위의 두 가지 이유는 큰 전제를 하나 공유하고 있다. 인간은 완전한 진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전제다. 밀이 첫 번째 이유에서도 밝혔듯이 인간은 불완전하다. 따라서 사람이 하는 주장이 완전한 진리일 수 없다. '서로 대립하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진리이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확연히 구분되기보다는, 각각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생략)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거의 또는 전혀 없다.' (91p)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생각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를 통해 진리에 더 가깝게 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뿐이다.


  3장 개별성이다.

  3장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기호를 가지고 살아가게 두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태도에 관하여』에서 다룬 자발성과 맥락이 통한다. '그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의 분명한 이성적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성은 튼튼해질 수 없다.' (114p) 밀은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자체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시에 밀은 칼빈을 비판한다. 밀에 따르면 칼빈은 '자기 뜻대로 살지 말고 하나님의 뜻대로만 살아야 한다, 인간에게 선택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밀이 오해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대로라는 것과 인간에게 선택이 없다는 것을 같은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자유 안에서 하나님 뜻대로 살기를 바라신다. 인간에게 선택권을 허락하지 않으신 게 아니다. 밀은 한마디로 기독교를 로봇 신앙주의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유가 없는 로봇으로 창조하신 게 아니다.

  개별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 (129p)이다.


  4장은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1장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자기 보호가 필요할 때 만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 대해 무관심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반론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밀의 자유주의를 개인주의로 보는 사람들이다. 밀은 여기에 대해 다시 반론하고 있다. 관심과 간섭을 구분해야 한다. '채찍질을 하거나 혼을 내는 것보다는, 그가 자기에게 좋은 것을 스스로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 (145p)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망칠 위기에 있다고 해보자. 그때 강압적인 방법으로 그를 구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설득작업을 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자살에 대한 밀의 생각은 어떨까? 자살도 그 사람의 자유이니 허용해야 하는 것인가? 최근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살하려는 여성을 소방대원이 발로 밀어 살린 사건이 있었다. 이때 소방관은 그 여성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가? 5장에 그에 대한 답이 있다.


  5장 현실 적용

  5장에서는 밀이 정의한 자유의 허용 범위에서 한 가지 예외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님에도 허용되지 않는 자유 말이다. '자유의 원칙이 자유롭지 않을 자유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자유를 포기할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191p) 자신을 노예로 팔거나 자살하는 행위는 자유를 포기하는 행위다. 따라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리는 행위는 밀의 관점에서 합당한 것이다.


  밀은 정말 뛰어난 통찰려과 논리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밀의 『자유론』이 오류가 없는 책은 아니다. 밀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보고 이 책을 썼다. 따라서 모든 행동과 생각의 기준이 자유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눈이 멀 수 있다. 인구 과잉인 나라에서 인구가 더 이상 많아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결혼 부양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구분하여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국가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밀도 자유라는 가치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지만 밀은 누군가가 밀의 이런 주장을 틀렸다고 말하며 대화를 시도할 때 최소한 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주지 않을까?


  정리

  자유론은 밀의 가치관과 논리가 집약된 책이다. 논리로 가득 차 있어서 독후감을 쓰며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한 번 읽고 쓴 것이라 이 글에 오류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재독하게 되면 다시 고쳐볼 생각이다.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자유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기에 정말 최고의 책이다. 직접 소화하면서 읽는다면 사고가 넓어지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진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어 충고하는 것이다. 꼰대화 되는 것이다. 나도 점차 그렇게 될 것이다. 시간 간격을 두고 재독 하며 꼰대화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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