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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 and R Sep 01. 2017

21. 『반 고흐 인생수업』 - 이동섭 - 아트북스

★★★

기간: 2017.8.29~31

한 줄 댓글: 과연 빈센트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만큼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빈센트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며 10가지 질문을 던진다. 연애부터 시작해서 결혼, 콤플렉스, 자아, 행복, 직업, 여행, 우정까지. 사실 빈센트 반 고흐 하면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화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귀가 왜 잘렸는지에 대한 썰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신병에 걸려 자기 혼자 잘랐다' '고갱이 고흐의 자화상을 보고 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고치기에 지친 고흐가 잘라버렸다' '고갱과 싸우다가 잘렸다' 등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귀가 잘렸다는 것만으로도 고흐의 인생이 기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센트는 살아있을 때 유명세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죽고 나서 그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함께 그림도 유명해졌다. 【해바라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 나는 밀밭】, 【자화상】 등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그림들을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았고, 그림을 제대로 팔지 못한 빈센트는 죽을 때까지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살았다.


  이렇게 기구한 인생을 산 빈센트에게 저자는 무슨 답을 얻었을까? 삼십 대에 파리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온 이동섭 저자는 막막함을 느꼈다고 한다. '내게 결혼은 남자인 내가 가장으로서, 한 집의 경제를 책임질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 먹고살 만큼 버는 정도였다. 그러니 결혼은 곧 남의 집 귀한 딸 데려다 고생시키는 일이었다. 그 지점에서 나는 결혼을 향한 자신감을 잃었다.'(41p)

  '특히, 돈의 담론은 어려웠다. 공부하며 밥을 벌어야 했기에 돈 문제는 잠시도 떨쳐지지 않았다. 만약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아마 우리가 겪는 고통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것이다. 돈벌이를 하면서 치러야 하는 많은 싸움들에서 비켜 있을 수 있으니,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편안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돈으로 설득당하지 않는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다.(123p)

  이렇게 저자 또한 결혼과 돈 문제에 대해서, 또 행복과 직업, 자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빈센트와 저자 자신 사이에서 공통점을 보았고, 빈센트의 인생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 깨달음을 바탕으로『반 고흐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짓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빈센트는 짝사랑에 실패한다. 빈센트가 유제니에게 고백할 때는 본인이 읽은 책 한 권에서 배운 서툰 방법으로 고백했다가 차인다. 케이에게는 촛불에 손을 태우는 열정까지 보이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고흐는 실연을 당할 때마다 몰입의 힘으로 극복한다. 유제니에게 거절당했을 때는 신학을, 케이에게 거절당했을 때는 그림에 몰입한다. 저자는 돈 때문에 결혼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했지만, 빈센트는 그렇지 않았다. 반 고흐 또한 경제력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였지만 사랑을 함에 있어서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사랑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4장 빈센트의 자아 찾는 법이다. 요즘 20대들의 이력서는 놀랍지만, 그들이 이력서에 쓴 스펙은 모두 부모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스펙들이다. 따라서 정작 자신은 그 스펙이 왜 필요하고 그 스펙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빈센트도 그랬다. 그도 헤맸다. 아버지를 따라 목사, 숙부를 따라 화상의 길을 걸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과감하게 그만뒀다. 분명 중도 포기였고, 무책임한 처사였다. 그러나 빈센트는 그 길을 선택했고, 비난을 받아들였다. 그런 적극적인 선택들이 쌓이면서 그의 세계가 만들어졌다.'(89p) 모든 사람이 빈센트처럼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빈센트의 행동만이 진리도 아니다. 결국 빈센트는 평생 동생한테 빌붙어서 살지 않는가.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일에서 돈이 벌리진 않는다. 오히려 그 일을 하려면 돈은 계속 필요하고, 손 벌릴 곳은 (결혼한) 월급쟁이 남동생뿐이다. 그렇다면 매달 그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렇게 10여 년 정도 빚이 쌓여서 갚지 못하면 영혼이라도 주겠다고 말할 만큼, 인생에서 절실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어본 적 있나?'(143p)

  나부터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빈센트가 그림 그리는 것만큼 좋아할까? 10년 동안 동생에게 빌붙어야 한다면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10년 뒤에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면 하겠다. 하지만 만약 10년 뒤에도 계속 이 상태라면?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빈센트와 같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갖고 있을까? 사실 빈센트가 그림에 그만한 열정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특이한 것 아닐까? 이 책의 저자 또한 어떻게 그렇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찾았는지 빈센트가 부럽다고 말한다.

  빈센트와 같은 열정이 없다 하더라도 한 가지 답은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생각해야 할 때다. 내가 쌓는 스펙이, 내가 하는 공부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꼭 자신을 위해 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라고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생각은 해봐야 되지 않는가. 내가 왜 하는지 정확히 내가 알고 있어야 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빈센트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그것이다. 빈센트는 정확히 알았다. 그림을 자신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았다. 그러니 동생에게 빌붙을지언정 그림을 놓지 않았다. 그게 빈센트에게서 배울 점이다.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았다는 점. 무언가 선택할 때 초점을 외부로부터 자신에게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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