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안락: 따뜻했지만 외로웠던 가족이란 이름
나는 결핍이다.
나를 표현하는 단어 중
이보다 알맞은 것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평범의 아래에서 머물렀다.
평범을 가져보지 못해 항상 갈증이 났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
내게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된다는 기분을
다른 이들 또한 알고 있을까.
내 기억의 시작쯤에는
술에 취한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술을 이기지 못해 방을 뒹굴고 있던 뒷모습.
그렇다고 아버지가 술주정뱅이에 형편없는
사람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는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그 마음을 다 채우지
못해 괴로워하던 안쓰러운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또한 평범을 가지지 못해
결핍에 허우적거리는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무뚝뚝하면서도
한없이 다정했다.
추운 겨울이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홍시를 사 와 언 손으로 건네고,
비 오는 수요일에는 때때로
꽃을 좋아하는 딸을 기억해
장미를 사 오던 그런 사람.
하지만 동시에 술에 취해 자신의 괴로움을
가족들에게 떠넘기던 사람.
빨갛게 잘 익은 홍시를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지만,
코끝에는 여전히 아버지의 외투에서
묻어난 서늘한 술기운이 맴돌았다.
사랑받고 있다는 안도감과
언제 깨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공존하던
그 기묘한 감각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겉으로는 힘든 내색 없이 항상 웃으며
씩씩했던 어머니는, 사실 자신의 곪은 마음을
속으로 가둬두느라 어린 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했지만, 나를 외롭게 했다.
그런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던 나의 욕구는
칭찬에 인색한 어머니의 침묵 앞에서
매번 길을 잃고 좌절했다.
슬퍼하는 엄마를 차마 더 힘들게 할 수 없어,
나는 나의 외로움을 숨기는 법부터 배웠다.
부모님의 높은 기대와 그 기대를 저버려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나는
'철든 아이'라는 가면을 썼다.
내게 가족은 그런 존재였다.
어느 곳보다 따뜻하며, 동시에
어느 곳보다 조용한 긴장이 흐르는 장소.
좋아만 하기에도, 그렇다고
미워만 하기에도 어려운 사람들.
사랑과 원망이 엉킨 그 모순의 틈바구니에서
나의 결핍은 자라났다.
그리고 그 결핍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아픈 흉터이자, 가장 정직한 동력이 되었다.
평범을 꿈꿨으나 슬픔을 먼저 배운 아이.
이제는 그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이 결핍을 안은 채로 '나'라는
사람의 안부를 물으려 한다.
이 이야기는 고백이기보다는,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