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무게: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주문을 건다.
나는 괜찮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목 끝까지 눈물이 차올라도,
끝내 삼켜내야만 하는 사람.
빨개진 눈가에 물기를 가득 머금고도
괜찮아야만 하는 사람.
모두가 지금, 이 순간 유쾌하게
웃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지금, 이 순간 가벼운
농담을 즐기고 있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
나의 불행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지만, 누구에게도
"나 지금 너무 힘들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 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내가 건넨 슬픔이 그들의 발목에 추를 매달아,
끝내 그들마저 고요한 일상 아래로
침몰시켜 버릴까 봐.
견디어내다 슬픔에 잠식되어
숨이 막힐 것 같아질 때면
구원을 바라듯 휴대폰을 들었다.
하지만 끝내 번호는 누르지 못했다.
통화 연결음 뒤로 툭 터져 나올 나의 눈물을 알아서,
그 낯선 소리가 나조차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제야 깨달았다.
괜찮아야만 했던 사람은,
단 한 번도 진심을 말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나를 이야기하는 것에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써온 가면에 익숙해진 나는,
가면의 내가 본모습인지, 어디론가 숨어버린
내가 본모습인지 헷갈리고는 한다.
나조차도 가면에 속아 웃고 있다 보면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오늘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겁쟁이는
벼랑 끝에 서서 몸을 떤다.
목소리는 가볍게 입은 웃고 있지만
진실을 담은 눈만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다만 익숙한 주문을 스스로에게 되뇔 뿐이다.
괜찮아, 괜찮아.
그 말은 언제부터인가
나를 살리기 위한 주문이 아니라,
나를 조용히 가두기 위한 암호가 되어 있었다.
울어도 되는 순간마다 나는 침묵을 선택했고,
기대도 슬픔도 없는 사람인 척
가장 무해한 얼굴로 하루를 통과했다.
그렇게 아무도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동안,
가장 많이 다친 사람은 늘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 오늘도 어떻게든 버텨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