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는 아들 "돌쟁이씨"를 낳았다.
아가를 낳은 직후 '저는 그 흔한 두통하나 없어 의사로서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읊조렸던 과거의 나에게 퉤퉤퉤 침을 뱉었다.
내게 자연분만의 매우 드문 합병증이 생겨, 치료를 위해 정확히 1개월을 '누워만'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주증상은 골반부위의 극심한 통증이었는데, 통증이 무서워 다리를 조금도 들 수 없었다.
정형외과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 엑스레이를 찍어보시더니, 분만을 하면서 치골결합부위가 손상되었다고 말했다.
앉아있는 것도 금지. 앉아서는 밥만 드세요가 그의 처방이었다.
하지만 자연치유되니 너무 걱정마세요. 찡긋.
나는 태어나서 누워있어본 적이 없었다. 빽뺵하게 짜여진 스케줄을 좋아하는 쉼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까.....
일단 가만히 누워있어야 났는다고 하니 나에게는 시간과 정신의 공간이 된 조리원에
눕고
또 눕고
계속 누워 있었다.
그 공간을 담은 CCTV를 돌려본다면 늘 같은 모습에 소름이 끼쳤을 것 같다.
스스로가 누워있는 벌레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할 때,
내가 인간의 모습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은 매일 연락을 준 나의 두 엄마였다.
친정엄마는 "웃으면 복이와요" 같은 문장을 반짝이는 메시지로 보내준다던지 "먹으면 약이 되는 7가지 음식"같은 내용을 늘 카톡으로 전송해주셨다.
이건 왜 이렇게 올드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느날은 그 반짝이는 문장들이 전송되지 않으면 궁금하기도 했다.)
시어머니는 나를 대신해서 새로 이사갈 집을 쓸고 닦고 정리하시며, 집이 예쁘게 변해가는 사진들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잘 누워있다는 나의 메시지에 "너무나 대단해요"나 "수고했어요"같은 이모티콘을 보내주셨는데, 이 이모티콘은 왜 이렇게 올드하지 하면서도 코끝이 찡 해졌다.
한달이 지났다.
나는 그간의 누워있기 수련을 마치고, 퇴소를 위해 어르신들이 쓰는 워커를 준비했다.
통증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한동안 걷지 않았던 터라 다리에 체중을 싣기가 어려웠다.
나와 돌쟁이씨를 데리러 남편과 시부모님이 오셨고 워커를 잡고 한발 한발 걷는 나를 보고,
'아가를 낳다가 아가를 잡았구나.' 하시며 어머니는 끝내 우셨다.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당시 신생아였던 돌쟁이씨는 평균 조리원 입소 기간을 훌쩍넘기고 조리원에서 가장 큰 형아로 퇴소했다.
출산은 우리들의 연대를 더욱 끈끈하게 해주었다.
엄마가 되기위해 호된 신고식을 치른 나에게 두 명의 사랑스럽고 위대한 엄마는 지금도 늘 용기를 주신다.
"웃으면 복이와요" 메시지와 "너무나 대단해요"이모티콘이 늘 내 곁을 지킨다.
그녀들이 나의 천군과 만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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