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하달하 Jun 19. 2021

너의 태명이 '굴'이 된 이유

엄마는 어쩌다 양치기 소년이 되었는가

사랑하는 아가야,


외국에도 그런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태어난 한국에는 '태몽'이라는 것이 있어. 아가가 엄마 뱃속으로 올 때, 꿈에서 곧 아기가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그 아이를 상징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을 말해. 얼마 전에 한국에 계신 할머니랑 전화를 하는데, 할머니께서 신기한 꿈을 꾸셨대. 엄청 큰 굴이 할머니한테 굴러오는 꿈이었대. 그리고는 할머니께서 혹시 엄마가 임신한 게 아니냐고 물으셨지. 그런데 엄마는 너무나도 단호하게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하고 선을 그었어. 사실 오빠가 태어나고 나서 엄마 아빠가 같이 보낼 시간도 별로 없었고, 둘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직 마음을 먹고 있지 않을 때였거든. 그래서 할머니도 두 번 물어보지 않고 '그렇구나'하며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셨어.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얼마 전 엄마가 꿨던 이상한 꿈 하나가 떠올랐어. 엄마가 갯벌에 있었는데 엄청 크고 단단한 꽃게를 엄마 바구니 속으로 넣고 있었어. 평소에 꿈을 잘 안 꾸는 엄마는 너무나 선명한 꿈에 네이버 녹색 창에 '꽃게 꿈'을 찾아봤지. 그랬더니 금전운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그래서 '좋은 꿈이라니 다행이다'하고 흘려보냈던 적이 있는데, 그 어느 틈에 '태몽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문구는 그냥 지나쳤었나 봐. 네가 엄마한테 온 걸 알고 나서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꿈도, 엄마의 꿈도 어쩌면 정말 태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오빠를 임신했을 때는 봄이 언니가 신기한 꿈 이야기를 해줬었어. 임신했다는 엄마의 말에 곧장 얼마 전 밭에서 무를 뽑아 올리는 꿈을 꾸고 '희한하다'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엄마에게 아가가 찾아올 거라는 태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오빠가 뱃속에 있을 때 '무'로 불렸었지. 그래서 너의 태명도 할머니나 엄마가 꾼 꿈과 연관된 이름으로 지어야겠다 생각하고 '굴'로 정했어. '꽃게'는 좀 이상하잖니. 그리고 이왕이면 할머니가 꾼 꿈이 더 의미도 있을 것 같아서 네 이름은 '굴'이 되었어.

굴? 굴!

아빠가 'R'과 'L'의 중간 즈음되는 발음으로 '구-울'이라고 발음하며 너를 부를 때, 오빠가 '안녕, 굴아'하고 엄마 배에 대고 인사할 때, 엄마는 손가락보다 작은 너를 벌써 품 안에 안고 있는 것처럼 기쁘고 설레어. 오빠 임신했을 때를 참고하자면, 분명 너를 만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함께 헤쳐나가야겠지만, 우린 넷이니까 다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보고 싶다, 굴!





매거진의 이전글 반갑다 아가야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