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버섯 스프.

by Dali record

비가 와서인지 갑작스레 쌀쌀해진 10월의 어느 날에도 어김없이 단골인 위스키 바를 찾았다.

우리는 주로 평일에 가는 편이라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다들 그렇겠지만 대중이 없다 해도 가는 날이나 가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보는 얼굴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일 때가 많다. 덕분에 술친구들이 생긴 격이랄까. 어떨 때는 아는 얼굴들만 모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소위 사랑방이 되어버린다. 또 단골들인 만큼 사장님까지 더해져 편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편이. 가끔은 이런 시간을 기대하기도 한다.


홀짝거리는 맛있는 술과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두둑이 채워왔던 배가 출출해질 때가 찾아오는데, 간혹 주방을 드나들던 솜씨 좋은 사장님이 스윽 내놓는 요깃거리가 그렇게나 맛있을 수가 없다. 물론, 언제나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단골들에게만 행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덧붙이자면 바쁠 때에도 생각지도 못한 한 그릇이 손님들 앞에 놓이기도 하니까.


그럼 언제냐고?

그거야 나도 모르지. 사장님 마음이니까.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을 내놓으실 때도 있고 어느 날은 손님들이 가져온 것들을 나누어 주실 때고 있고, 또 어느 날은 과일, 다른 날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뭐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버섯 스프를 내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전에도 분명 먹었는데 말이다.

버섯을 가득 갈아 만들어 버섯 향이 유독 진했던 영양 가득한 스프인데, 이를 손님들에게 한 그릇씩 내어주면서 살 찌우기 성공이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는 사장님이었다.


이럴 때면 누군가는 항상 메뉴에 넣으라 하지만 어차피 단가가 맞지 않아서 못 판다고 한다.


이 바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라구 파스타 정도인데 그 마저도 남기는 게 별로 없으실 테다.

참고로 나는 라구 파스타에는 후추가 살짝 뿌려진 탈리스커 하이볼이 궁합이 꽤나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스프에 찍어 먹으라며 스프가 담긴 잔 위에 바게트 한 조각을 얹어주셨는데 왜인지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거 같아 혼자 뭉클해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 버섯 스프는 '사장님의 낭만'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