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Share.
말이 '위스키 러버'지.
그저 술쟁이 커플들의 여행이었다.
술을 마시고 마시던 밤들에 우리들은 언젠가 일본 바 투어를 함께 가자며 기약 없는 약속을 했더랬다. 그 약속이 성사되기까지 또 우린 얼마나 많은 잔들을 부딪혔던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또 놀랍게도 봄이 다가오기 전에 쿠마모토행 티켓을 끊었다.
쿠마모토는 히스 씨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도시 여행지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행지로 추천을 많이 하는 곳이다.
가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와중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다름 아닌 오래된 위스키 보틀(올드보틀)을 만날 수 있는 바로 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쿠마모토 시내의 한 복판에 자리한 곳이다. 또 이 전에 들렀던 칵테일 바가 있었던 곳인데 반가운 마음에 먼저 들러보기로 했다.
쿠마모토에는 정말 많은 바들이 있는데 가려던 곳이 있는 골목은 한 건물 건너 5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또 다른 바가 있어 어딜 갈지 잠시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첫 번째 목적지인 칵테일 바에 들러 칵테일과 위스키를 두어 잔씩 하고는 가득 늘어진 올드보틀 위스키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황한 우리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가까웠던 이전 바에 들어가 다른 바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또다시 바에 앉은 술쟁이 넷은 일단 진리키 따위를 주문해 놓고, 다음 잔으로 마실 위스키를 골랐다. 나는 좋아하는 '마르스'의 '파피용' 시리즈를 마시고 싶었는데 딱 한 병이 보이길래 한 잔을 주문하고는,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이전에 후쿠오카에서 몇 번인가 들렀던 바의 바텐더와 친구사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갑자기 숨겨진 작은 보물창고에서 위스키 두 어병을 들고 나오는 사장님의 모습은 왜인지 즐거워 보였다.
귀하디 귀한 위스키에 술쟁이들의 작은 환호가 이어졌다. 오픈하자마자 퍼지는 향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그 맛이야 뭐 하겠는가.
아직까지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사장님은 우리가 주문한 네 잔과 또 한 잔을 따르고는 우리와 함께 잔을 부딪혔다. 한 잔 한 잔이 귀한 위스키를 기분 좋게 홀짝거리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엔젤스쉐어."
그리고는 다시 잔을 기울이는 그의 모습에는 낭만이 넘쳤다.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숙성될 때 일부 액체가 미세한 틈을 통해 증발하는 현상을 엔젤스쉐어 ('Angel's Share')라고 한다. '천사가 자신의 몫을 가져간다.'는 비유에서 유래했으며, 스코틀랜드에서는 연간 약 2~3%가 손실되고, 10년 숙성 시 전체량의 ~20%가 사라진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있기에 위스키가 더 깊고 부드럽게 변하기 때문에 위스키 메이커들은 이 손실을 "천사들이 품질을 위해 가져간 대가"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