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 다비도프는 사랑이다.

by Dali record

단풍이 멋들어지게 물든 세상에서 -

내가 이 좋아하는 가를 한 대 태우고 있었을 때다.


문득, 얼마 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2025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려있는 '길티클럽 : 호랑이 만지기'라는 작품이 떠올랐는데, '이 것'도 나에게 '호랑이 만지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관광 상품이 되어버린 이빨과 발톱이 뽑힌 호랑이를 만지는 것.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 호랑이 만지기에 돈을 지불할 것인가.

길티 클럽은 '길티 플레저'의 줄인 말로, 이는 죄책감을 뜻하는 길티(guilty)와 기쁨을 뜻하는 플레저(pleasure)의 합성어로 어떤 행위로부터 즐거움을 느끼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기에 떳떳해질 수 없는 마음을 가리킨다고 한다.


책 속의 문장을 더 가져와보자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드러낼 수 없지만 나에게는 은밀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그 무언가를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걸 읽으면서 나에게 그런 것들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동안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날.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조금은 죄책감이 드는 그 기쁨을 곱씹었다.


2~3년의 짧은 흡연기간이 있기는 했지만, 나는 비흡연자이다.


흡연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비흡연자이고, 가끔 시가를 태운다는 건데, 누군가가 흡연을 하냐고 물어왔을 때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시가는 태운다.'는 말을 덧붙여야 할까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는 거다.


비흡연자라고 하면서 시가는 태우는데...라는 말이 입안에 맴도는 정도인데, 약간의 죄책감이 드는가 싶다.


나에게 시가는 즐거움을 더해 낭만이 되기도 하고, 이것만은 만두고 싶지 않다.


적게는 한 달에 한 번이고 많아봐야 한 달에 네다섯 번 한적한 아지트를 찾아 자릴 잡고는 가장 좋아하는 다비도프 시가에 불을 붙인다.


꼬냑이나 위스키도 좋지만 이럴 때는 편의점 커피를 챙긴다.


두툼하고 야무지게 말린 그것은 부드럽고 우아하며, 깊은 향을 낸다. 리고 유난스럽게 연기가 풍성하다.

아무튼 다비도프는 사랑이니까.


어떨 땐 그 여운이 다음날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 작은 낭만과 기쁨에 더해지는 죄책감은 어떤 걸까.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가 되는 연기를 뿜으며 굵직한 막대를 뻑뻑 빨아댈 때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여러 감정들.


혹은 추적추적 비가 오는 여름날에 집 앞 적당한 흡연 장소에서 커피와 함께 시가를 태는데, 며칠 후에 갑자기 금연 장소로 바었다며 입금지 테이프가 칭칭 감겨있는 벤치를 봤을 때.


우연이겠거니 하지만,

혹시나 내가 시가를 태워서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래서 은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태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나의 은밀한 취미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니까 이렇고 저런...

시시콜콜한 나만의 '낭만', '길티 플레저'에 대한 얘기였다.


'원경'이라는 작품의 마지막 문장을 빌려 마무리해야겠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도 희망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1968년 설립된 다비도프 시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급 시가 브랜드로, 각 라인별로 섬세한 풍미와 고급스러운 패키지,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가 특징이다.
또, 자체 농장에서 재배한 도미니카산 담뱃잎을 주로 사용하며, 각 라인별로 니카라과 등 다양한 원산지의 잎을 블렌딩한다. 특히 도미니카산 고품질 담뱃잎은 독특한 풍미와 품격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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