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 중 자신이 맛본 술들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만 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술들을 사진을 찍어두고 기록한다.
처음에는 언제 또 맛볼 수 있을지 모르니 기념 삼아 사진을 남겼고, 기억하고 싶으니 최대한 세세하게 남겼다. 위스키는 특히나 향과 맛, 피니시로 나누어 기록하곤 하는데 어느 하나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기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위스키를 싫어하고 높은 도수의 술을 처음 마시는 술찌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못 먹겠다.'라고 하면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블렌디드가 아닌 싱글몰트만 하더라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독한 술'일뿐이다.
다만 내가 기록했던 것이니 나중에 같은 술을 마셨을 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맛이라는 것을 모두 기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위스키'의 특성상 수많은 종류의 맛이 있으니 엔간히 인상 깊은 것이 아니면 잊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향과 맛, 피니시 등을 세세하게 기록할 필요는 없고, 나의 경우 언제부턴가 매번 다르게 느끼는 위스키의 맛을 느끼며 딱딱 떨어지는 정리는 그만두기로 하고, 나름대로 기억하기 쉬운 방법을 찾았는데, '이미지'를 남기는 거다.
예를 들면, 숲 속, 오두막, 나무, 밀키함, 산딸기, 풀향, 가죽 향, 향이 깊고 피니쉬는 짧고, 상쾌한 느낌 등등...
간혹 이것만은 되도록 자세히 기록해두고 싶다란 생각이 드는 제품들이 있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최대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내가 떠올리기 편한 표현으로 기록을 해두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감명이 깊었던 탓에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탄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
맛있는 술을 맛있게 마시면 기분이 좋다.
그날의 기분에 맞는 위스키는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 느끼는 바를 공유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어떤 이들은 바닐라 향을 어떤 이는 바나나향을 또 어떤 이는 맵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입맛에 맞거나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위스키라는 것이 잔에 따른 순간과 조금 지난 다음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뚜껑을 바로 땄을 때와 며칠 지났을 때도 다르다.
어떤 때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려고 가져간 술의 맛이 굉장히 특이하고 맛이 있으면서도 왜인지 좀 더 시간을 두면 술이 더 부드러워지면서 향이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있다.
그리고 다들 같은 생각이라면. 일단 킵.
뚜껑을 닫고 또 다른 약속을 만드는 것이다.
대신에 다른 술을 마신다.
그리고 다음 약속 때에는 또 다른 얘기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처음 마셨을 때와 그날 마셨을 때가 맛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들 어떻게 달리 느꼈는지.
그런 시시콜콜하고 술쟁이다운 이야기를.
우리는 맛있는 술을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오늘도 기록해 본다.
우리의 낭만을.
게다가
위스키가 더 맛있는 계절이지 않은 가.
@dali.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