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없는 심심풀이.

by Dali record

'가치 없는 심심풀이'.

불과 며칠 전 이 문장을 맞이했을 때는 속이 상했습니다.

마침 머릿속에서 매일매일 계속해서 어떤 걸 쓸까.

어떤 걸 그릴까 쉼 없이 고민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뿐이었어요.


옆에는 완성하지 '않은' 글과 그림이 널브러져 있었고,

제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죠.

핸드폰 화면에는 어느새 레벨 600을 넘어가는 게임 판이

어서 빨리 다음 레벨을 가자며 재촉하고 있었어요.


제 자신에게 머리 아픈 고민들을 관두자며,

계속해서 흘러가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또다시 정신없이 다음 레벨로 향해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였어요.


어찌나 게임에 몰두했는지 손가락이 아프더라고요.

손가락이 아파오는데도 저는 그 게임을 멈추지 않았어요.


게임 속에서는 제가 가보지 못한 나라에서

입어 보지 못한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예쁜 얼굴로

온 세계에 화려하디 화려한 호텔들을 짓고는

오는 손님에게 하트를 받을 수 있어요.


게임 세상에서는 그저 툭 튀어나오는 버튼을

제때 눌러주면 아무 이상이 없죠.

손안에 작은 세상에서는 모든 게 생각대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나타나는 새롭고 예쁜 캐릭터들과

아이템들은 알 수 없는 만족감을 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애를 쓰게 만들어요.

어떨 때는 오는 잠도 이겨내고 기어코

그 작은 화면에 시간과 체력을 할애합니다.


중독.


어쩌면 중독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이제 그곳에서 잠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 작고 재미있는 세상을 버릴 생각을 없어요.

그게 심심풀이면 좋고, 또 시간 버리기라고 한대도

그 세상을 들여다볼 거예요.


재밌잖아요.


그리고 덕분에 이렇게 글도 씁니다.

이야기할 게 늘었죠.


다행이에요.

'가치 없는 심심풀이'에 조금이라도

가치를 더한 거 같으니 말입니다.


아, 저 현질은 안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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