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분명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난 행복합니다.”
그의 목소리엔 의심할 수 없는 평화로움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행복한 사람을 찾고자 여러 책들과 자료들을 찾고 있던 나는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라는 책에서의 구절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망설임 없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실로, 그때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행복할 것만 같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성공한 회사의 CEO도,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교수도, 자신을 표현하고 그를 사람들과 나누는 예술가도, 그리고 소위 성공했다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도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을 움직이기 하는 모든 원동력이 ‘외로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어떤 공허함이나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이 느껴졌다.
우리의 삶에 암묵적인 시간표가 있듯이, 사회에는 행복이나 성공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 많은 돈을 버는 직업, 특정 지역의 집과 비싼 차와 물건 등은 그 자체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팰리스, ○○캐슬 등의 궁전을 나타내는 아파트 이름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사회에도 계급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세상에서 결혼 회사들이 남자와 여자를 여러 조건이나 외모로 등급을 매기고, 서로 등급에 맞는 사람들끼리 교환하고 거래하듯 만나는 것도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끊임없이 목말라 보였고, 세상은 "더 빠르게! 더 많이!"를 외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세상에 살던 나는 의심 없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우울증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진단과 해결책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어둠에서 빛으로, 우울에서 행복으로 나아가고자 마음먹자 현실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목표와 의도를 세우자, 모든 것이 그에 맞추어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즈음, 나의 우울증 소식을 듣고 인도 여행을 마치자마자 달려온 친구는 자신이 만나고 온 달라이 라마에 대한 얘기를 전해주었다. 친구는 달라이라마가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성인의 엄숙하고 권위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며, 강의를 하는 중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펴보는 재미있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라고 했다.
친구가 가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하니 '달라이라마'라는 검색어에 수많은 블로그와 웹페이지가 나왔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에 참석했던 한 사람의 블로그에서는 달라이라마는 심각하거나 버겁지 않게 강의를 하고, 주변을 늘 유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많은 글들 속에서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달라이라마의 신년법회’였다. 매해 새해를 맞아 인도 다람살라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는 강의였다.
‘바로 이거다!’
내 안에서 어떤 북소리가 울렸다.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달라이라마의 행복론> 책장을 넘겼더니 하워드 커터가 달라이라마에게 질문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누구나 행복해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마음의 수행을 통해 행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마음의 수행’을 통해 우리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의 수행’이라는 것이 뭘까? 나는 행복한 사람을 직접 만나서 강의를 듣고 그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마치 예정된 기적처럼 동행자가 구해졌고, 나는 티베트 임시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향하게 되었다. 비행기 안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높고 하얀 산들의 모습이 매우 신비로웠다.
델리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국내선에서 내리니 고도가 높은 다람살라의 차갑고 맑은 공기가 코 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갔다. 숨을 몇 번 크게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커튼을 걷자 창문 한가득 초록빛 세상이 들어찼다. 투명한 하늘, 짙은 초록색의 산과 깊은 계곡 너머의 설산, 그리고 두 날개를 활짝 펴서 그 산들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의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어둠의 껍질을 깨고서, 나는 새로운 세상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