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

by 달리아

숙소에서 나와 낯선 언어들이 들리는 새로운 풍경 속을 걸으니 점점 더 내가 새로운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나는 동행자 분과 함께 다음날 달라이라마 강의가 열리는 남걀 사원을 찾으며 두리번거리다 카일라쉬 산이 그려져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름이라서 동행자 분에게

"카일라쉬 산 사진이네요.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라고 말했는데, 뒤에서 우리를 따르던 어떤 사람이 영어로 대답을 했다.

"맞아요. 저 식당은 참 맛있어요."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티베트 스님이 서 계셨다. 빨간색 승려복이 아주 잘 어울리는 해맑은 표정의 스님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안녕하세요? 영어를 잘하시네요? 저희는 남걀 사원을 찾고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고 여쭈어보았다.


텐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분은 자신도 지금 그곳에 가는 길이라고 하시며, 남걀 사원의 위치뿐 아니라 사원에서 지켜야 할 예절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셨다. 훌륭한 가이드를 만난 셈이었다. 시간과 마음을 내어 소개해주신 답례로 저녁을 사드리고 싶다고 하니 사양하시던 스님은, 우리가 카일라쉬 식당 앞에서 만났으니 그곳에서 같이 밥을 먹어야만 한다는 나의 억지 논리에 웃으며 함께 하셨다.



식당 안에서 나는 낯선 음식들 사이에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 샐러드와 주스를 시켰고 스님도 어떤 메뉴를 시키셨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온 뒤, 스님이 멈칫하시는 게 보였다. 스님이 시킨 음식에 닭고기가 섞여 나왔던 것이다. 스님이 웨이터에게 이유를 묻자, 웨이터는 주문서를 들고 와

"아까, Non-Veg(비채식)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하, 내가 착각을 했네요. Non-Violence(비폭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가 헷갈렸어요."

보통 실수를 하면 으레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기 마련인데, 스님은 아주 크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우울증을 앓으며 나는 나의 작은 실수도 받아들이지 못해 나를 추궁하고 미워했기에, 그런 모습이 더 낯설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런 스님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따라 나왔다. 자신의 실수도 기쁘게 받아들이며 웃을 수 있는 그에게 나는 내 안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을 꺼냈다.


"저기, 스님, 사실 저는 여기 오기 전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어요."

"우울증이 뭐예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얼굴로 스님이 되물었다. 이 또한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음, 우울증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병이에요. 그리고 우울한 감정이 이어져 모든 것에 의미가 없어지고 싫어지는 병이에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 내가 느꼈던 우울증에 대해 얘기를 했다.

"오, 가엾어라"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차며 내 설명을 들었다. 스님의 눈에서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는 연민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스님의 질문은 한동안 나를 멍하게 했다.


"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


나는 갑자기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곳에 오기 전 읽었던 달라이라마의 책에서 읽었던 책의 구절을 기억했다.


'자신의 증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척 놀랐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증오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라 배웠기 때문입니다. 동물까지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말을 잃고 있는 내게 스님은 조심스레 말을 이으셨다.

"우리는 행복해야만 해요. 행복하려고 태어났으니까요. 그러려면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하지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요. 사랑이 있으면 인생이 행복해지지요."

나는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맞아요, 스님. 저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여기 왔어요."

라고 대답했다.

"잘했어요. 잘 오셨어요."

스님은 다시 온 얼굴 가득 온화한 미소를 지으셨다. 나도 스님을 따라 미소를 지었다. 거의 1년 가까이 잃고 살았던 미소였고,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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