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by 달리아

강의를 하면서 가장 기쁜 때는 좋은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때이다. 어제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사 연수에서 뵈었던 한 선생님께서는 특수교육청에 계실 때부터, 몇 년간 교사 연수와 학부모 연수를 맡겨주신 감사한 분이다. 특수교육을 하시는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따뜻함과 세심함과 인내와 배려가 몸에 베여있음이 느껴진다.


오늘 연수를 위한 센터피스를 만드는데, 참여 선생님들께 선물로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주신 꽃병들을 두면서, 마치 꽃기둥을 세워 중앙의 빛을 보호하는 느낌을 받았다. 센터피스를 완성하고나니 창에서부터 뻗어온 빛줄기가 연결된 모습이 신기했다. 마치 하늘에서 지지의 손길을 보내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들과 함께 몸을 이완하고, 여러 움직임과 시 읽기, 그림 그리기 등 예술활동으로 마음을 열고, 공감의 대화를 이어갔는데, 여기저기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나눔을 하는데, 어떤 선생님께서는 분노의 감정이 사그라들었다는 표현을 하셨고, 어떤 선생님께서는 '위로'라는 단어를 말씀하셨다. 이렇게 안전하게 감정과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시공간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간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서 오고 가는 길이 무척 추웠지만, 한결 밝아지고 가벼워지신 선생님들의 모습에, 내가 밀크티를 좋아하는 걸 기억하시고 편지와 함께 챙겨주시는 손길에 몸과 마음이 무척 따뜻해졌다. 최근에 받았던 여러 선물들에 대한 감사함도 다시금 떠올랐다.


며칠 전에는 댄비학교의 윤성영 대표님께서 나를 그려주셨다. 댄비학교는 꿀벌과 함께 지속적인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올해 하반기에 댄비학교 2기에 참여하며, 최재천, 윤호섭 교수님의 강의를 듣기도 하고, 미래학교 소모임을 통해 각 분야의 여러 분들과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것이 위태로운 이 세상 속에서 위기의 생명들을 살려가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밝히고 있는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림을 받고선,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그림책 표지의 노랑이 떠올라 기뻤다. 이는 분명 희망의 색이고, 고통을 뚫고 나오게 하는 힘을 주는 기쁨의 색임으로. 이 노랑이 주는 새 힘으로 이 세상과 그 안에서 연결된 소중한 인연들을 더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최근 음원으로 발매된, 민경찬 선생님과 소프지님만드시고 부르신 '봄날의 햇살'이라는 노래도 내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봄날의 햇살 - 소프지니 - YouTube



노래를 몇 번이나 듣다 보니, 좋아하는 동요의 가사가 절로 떠올랐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들로 가득한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픈 세상과 사회 속에서 멍들어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참 가슴이 아팠는데, 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희망을 잃지 않고, 그런 어린 해들을, 노래를, 세상의 빛들을 지키며 사랑을 나누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이처럼 꽃과 꽃 사이를 다니며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다른 씨앗들을 만들어내는 사랑을 품은 이들이 연결되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갈 때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토록 많은 사랑과 은혜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며, 그를 보답하기 위해, 세상을 지탱하는 꽃기둥을 계속 세워가며 더 많은 빛을 지키고 나누며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는 12월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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