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보내며 읽는 시

by 달리아

계절마다 찾아서 읽는 시들이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계절 시들이 그렇고, 좋아해서 거의 외우게 된 몇 편이 시들이 그러하다. 시는 농축되고 정제된 삶의 언어이고, 내 안과 밖을 보는 새로운 눈과 문을 열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시를 전하기도 하고, 수업이나 강의 때도 시를 함께 읽으며 마음 비추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은 브런치에서 연결된 인연들에게 나누고 싶은 시를 고르게 되었다. 몇 편의 시들을 만지작 거리다, 11월의 마지막 날 아침, 이 즈음 꼭 찾아서 읽게 되는 시 두 편을 꺼내 든다.


첫 번째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詩이다.


11월의 나무처럼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는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이 시를 읽다 보면, 잎을 모두 내려놓은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서서, 한 해를 정리하며 12월로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래의 사진 이미지처럼, 고요하고 맑은 호수에 나를 비추는 것만 같다.





두 번째 시는 나태주 시인님의 11월이라는 시詩이다.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삶을 더 아끼며 살아가고 싶어 진다. 서리가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끝내 피어나기를 멈추지 않는 '어린 장미'의 모습을 떠올리며, 언젠가 끝이 있는 유한한 삶의 시간을 더 애틋하게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낮이 짧아지고 빛이 점점 줄어드는 춥고, 어두운 날들일수록, 더 사랑하며 내면의 빛을 밝히고 가슴을 데우며 그 온기를 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두 편의 시들에 사랑을 실어, 세상의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건강과 평안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아침이다. 갓 피어난,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 한 송이를 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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