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 앞에 서서

by 달리아

오늘 입동이라 그런지 며칠 전부터 아침 추위가 시작되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계절과 절기의 흐름은 거스르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일부인 몸을 느끼고 조율하며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아침에 감기 기운이 있어 어제 끓여둔 황태해장국을 데워먹고 집 근처 공원에 왔다. 가을 막바지,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무늬들과 잎들을 내려놓는 나무들과 씨앗을 품고 땅으로 돌아가는 열매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낙엽들이 비처럼 내리는 모습과 나무들을 바쁘게 오가며 열매들을 부지런히 따먹는 새들의 소리에 마음을 기울인다. 백정현 님의 피아노 음악도 찾아 듣는다. 차가워진 바람을 달래는 듯한 햇살도 온몸 가득 담는다.


백정현님의 피아노 앨범 중 '가을'

https://youtu.be/g5bGPdTnmXo




목과 어깨 사이에 굳어있던 근육들이 이완되며 숨이 깊이, 느리게 쉬어진다. 가슴이 열리고 안정된 심장박동 속에 손과 발 끝까지 따뜻한 피가 전해짐을 느낀다. 숨과 몸을 관찰하며 살아있다는 감각을 회복한다.


어제 택시를 타고 지나가다 본 이태원 분향소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동안 놀라고, 슬프고, 아픈 가슴을 가누기 힘들었다. 진정한 공감을 위해서는 고통을 동일시해서 함께 아파하는 것을 넘어,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함께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단단한 땅에 발을 딛고 튜브든 구명조끼든 건넬 수 있어야 한다는 표현을 기억한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아기 거미 같은 곤충이 옷 위에 올라왔다. 땅에 내려주려고 옷을 움직이자 본능적으로 재빨리 도망갈 곳을 찾는다.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며, 행복하고 싶어 한다.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그 점에서 다른 모든 생명들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누구든 함부로 대하거나 가치를 매길 수 없을 것이다.


당분간 겨울나무처럼 고요히 일상에 집중하며 주어진 일들에 몰입하려 한다. 어느 때보다 깊이 뿌리내리며 중심을 잡고, 마르지 않는 샘 안에서 몸과 마음을 채워야 할 때임이 느껴진다. 밥하고, 청소하고, 글 쓰고, 걷고, 아이들을 키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의 모든 행동들이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이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되기를... 눈 앞에 다가온 겨울 앞에 서서 두 손과 마음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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