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접어들자 두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감기가 몇 주간 대유행이다. 이번 감기는 기침과 가래 증상이 심해서 주변에 입원을 한 아이도 있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호흡기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 집 첫째도 기침 소리가 컹컹거린다했더니, 천식 기운이 있다고 해서 가습기도 바꾸고, 여러 음식들까지 신경 써서 먹이고 있다. 두 아이가 감기를 번갈아 걸리고 나서 나도 목이 쉬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마스크에 화학물질이 많아서 하루 종일 끼고 있거나,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안 좋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며칠간 마스크가 젖도록 열심히 강의를 했던 지라, 그 말씀이 더 실감 났다. 어젯밤에는 약을 먹고 잤는데도 기침이 계속 나와 잠을 거의 못 자다시피 했다.
겨울의 춥고, 까만 밤, 거실에 나와 따뜻한 물을 몇 번이나 마시고 앉아있으니, 새하얀 마스크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벌써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쓰고 있는 마스크를 언제 벗어도 되는지에 대한 기약이 없으니, 갑자기 숨이 더 안 쉬어지는 것만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자라나는 요즘 아기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쓰는 마스크이지만, 마스크를 계속 씀으로써 놓치는 것들이 있다. 일단 마스크를 오래 쓰다 보면, 실제로 숨이 얕아지고, 가빠진다.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니, 머리도 멍해지고, 몸의 기능들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에 관련된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날 때, 주변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입모양 등을 보고 모방하며 언어를 배우고 자라나는데, 집 안에서 함께 보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발달과 언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릴 때일수록, 가까운 사람들과 애착형성을 하며 세상은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안정된 정서의 밑바탕이 되는데, 사람들과 친밀함을 형성하기도 전에 거리두기와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정서는 흔들리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아동에게 언어와 발달 지연, 자폐 스펙트럼, 아스퍼거 증후군, ADHD 등의 증상이 급증한 것은 이러한 세상의 모습과 사회적 분위기에도 많은 영향이 있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일어난 많은 혼란과 불편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경기 불황과 사회 갈등도 어느 때보다 심해졌고,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나 묻지 마 폭행 사건들은 매일 뉴스에 쏟아진다. 이처럼 많은 두려움과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Flight or Fight' 반응을 일으키며 얼어붙고 무기력해지거나, 분노를 터트리며 싸울 태세를 하게 된다. 마스크를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쌓아둔 감정과 마음들은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듯 위험한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경계하고, 감시하고, 혐오하는 태도와 마음이 자꾸만 커져간다.
이처럼 마스크가 진짜 막고 있는 건, 서로 간의 진정한 소통과 교류가 아닐까 한다. 정신분석학자인 하인즈 코헛은 따뜻한 눈 맞춤이나 부드러운 손길 등의 공감은 우리 마음의 산소처럼 필수적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막느라, 그동안 우리는 진짜 중요한 공감이라는 산소를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셨느니라.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 고린도전서 12장 25, 26절'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서로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져있음을 기억하며, 서로를 살피고, 돌보며 우리가 진자 잃고 있는 것들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당장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지라도, 따뜻한 눈빛이나 친절한 마음과 행동을 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절을 살며 애쓰고 있는 나. 그리고 나의 가장 가까운 곳의 가족과 이웃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사랑임을 기억하고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특히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