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를 돌보는 동짓날 밤은 길고도 길었다.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암막 블라인드를 올렸더니, 둘째가 창문을 보며 "위에는 맑은 밤이고, 아래는 찐한 밤이네."라고 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스며드는 빛은 실로 묘한 그러데이션을 만들었다.
밤새 열과 기침으로 몸을 뒤척이던 첫째는 한결 말개진 얼굴로 두 눈을 말똥히 뜬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며, 밤새 놓친 졸음이 몰려온다. 온수매트에 온도를 올려 잠시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일어나니 날이 완전히 밝아왔다. 뜨거운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마시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흐트러진 물건들을 제 자리에 놓으며 다시 찾아온 하루를 맞이한다.
아침 루틴을 마치고서는, 어제 강수희님의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시 한 편이 떠올라 다시 찾아보았다. - 강수희님은 다큐멘터리 <자연농 Final Straw>를 만들고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라는 책을 쓴 저자이시다. - 아래의 '동지'라는 제목의 시를 읽으니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맑고, 밝게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동지
야마오 산세이
동짓날이 되면
우리는 사실 태양에 기대어
태양 덕분에 사는 존재란 걸 알게 된다
이제 더는 어둡지 않다
앞으로는 더 밝아질 뿐이다
태양이 있으면
우리는 그 아래서 모두 산다거나
죽는다거나 할 수 있다
이제 더는 어둡지 않다
앞으로는 더 밝아질 뿐이다
모밀잣밤나무 한 그루에게 나는 말을 건다
모밀잣밤나무여
그대들과 우리들의 오늘은 진짜 좋은 날이다
더는 어두워지지 않는 우리 모두에게 진짜로 좋은 날이다
동짓날이 되면
지금이 가장 밑바닥이고 밑바닥까지 왔으니
이제 괜찮을 거란 걸 알게 된다
마침,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빛전등을 선물로 보내왔다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은 어둠 속에서 쉬어가기도 하지만, 너무 길고 짙은 어둠은 온 존재를 삼켜버리기도 한다. 흔히들 바닥을 친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진짜 막막하고 두려웠던 순간은 바닥과 끝을 알 수 없이 부유할 때이다. 하지만 몸의 감각이나 마음의 직관으로 내가 닿은 곳이 밑바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안도감이 생긴다. 가장 밑바닥에 닿았다는 것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둡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제는 더이상 그만큼 어두운 날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어찌 희망을 가지지 않을 수 있으랴.
갈수록 세상과 사회과 환경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암담하고 절망적인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 끝까지 치달았다고 생각하면, 다시 희망의 빛을 따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 힘들을 모아, 새로운 한 해로 나아가고 싶다.
'더는 어두워지지 않는, 진짜로 좋은 날들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