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위한 요리

by 달리아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내가 어릴 때는 이 맘 때쯤에 어딜 가든 울려 퍼지는 캐럴과 함께 마음이 한껏 들떴던 기억이 난다. 'Last christmas',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같은 노래들은 몸에 베여있어 것만 같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런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정치, 사회, 경제 모든 것이 불안정한 때라 그런지 더욱 그러한 느낌이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아이들의 감기로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인지 평소의 주말과 다를 바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보다 의미 있게 보내보고자, 신랑과 의기투합을 해보았다. 오전에는 아이들과 초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를 했는데, 첫째가 그린 꽃을 향해 빛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빛과 비가 있어 꽃이 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신랑과 번갈아 아이들을 보는데, 겨울의 한가운데에서도 세상을 비추는 빛이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산책을 하다가,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산행을 하고 내려오시는 길이라고 하셔서, 저녁을 함께 드시자고 했다. 어제 큐티 시간에 읽었던 요한일서 3장 18절엔 이런 말씀이 있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그 말씀의 의미를 묵상하다 보니,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사랑을 먼저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충분히 나눌 수 있을 때, 이웃에게도 넘쳐흐를 수 있는 것이라 느껴졌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했다. 그런 마음을 담는 요리는 내게 진실하게 사랑을 전하는 행함임이 느껴져 그 과정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매일 하는 요리이지만, 여러 재료들을 새롭게 조합해서 창조할 때의 기쁨이 있다.


오늘은 요리를 하다 보니, 연어는 장미꽃이 되었고, 과콰몰리는 쌓아서 트리처럼 만들어보았다. 소화가 힘든 신랑을 위해서는 가자미 간장조림을, 시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등갈비를, 모두를 위한 냉이된장국에다 어제 아이들이 만든 쿠키와 선물 받은 케이크를 놓으니, 풍성한 상이 차려졌다. 더 바랄 것이 없는, 모두가 행복한 밥상이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따뜻한 밥상을 먹은 뒤에는 일상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씻기고, 함께 기도를 하고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은 금세 잠이 들었다. 거실로 나와 미리 준비한 선물을 양말 앞에 놓아두고선, 산타가 된 나를 바라본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빛나고 따뜻한 삶의 순간들을, 아낌없이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들을 잘 간직하고 키워서 필요한 곳에 잘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2000여 년 전, 이 땅에 태어나셔서

'서로 사랑하라.'

는 새 계명을 주셨던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가 가슴 깊이 스며들어, 내 안의 꽃들을 피워내는 밤이다. 이 꽃들의 향기가 이 세상을 가득 채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