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글들이 주는 힘

by 달리아

100이라는 숫자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곰도 동굴 속에서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단군설화도 있고,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면 기념을 하고, 시험의 100점이 만점이며, 물은 100℃에서 끓는다. 그만큼 100이라는 숫자는 완전하게 채워진 수인 동시에, 새로운 변화와 변형을 낳는 수이기도 하다.


7월부터 쓰기 시작했던 브런치 글이 100편을 채웠다. 거의 이틀에 한편정도 쓴 셈인데, 실로 매일 글을 썼다. 그즈음부터 매일 한 시간씩 걷기와 함께 글쓰기를 이어갔는데, 걷기가 나의 몸을 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면, 쓰기는 나의 마음의 닻을 내려주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혼자만 간직해왔던 글들을 하나씩 다시 풀어서 적다 보니, 나의 삶의 경험들과 여정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상담대학원에 입학한 지 10년 만에 석사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매일 쓰는 근력이 길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고, 코로나 시절을 버티며 계속 미루었던 논문에 마침표를 찍으며, 이제 그를 디딤돌 삼아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오래도록 마흔을 기다려왔다. 드디어 내년에 나는 마흔이 된다.

공자님이 말씀하셨다는 '불혹'이라는 이칭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창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네이버 지식 백과 참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뜻에서처럼 여러 자극들과 유혹들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아직 없지만, 적어도 글을 쓰며 알게 된 나라는 사람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켜나갈 배짱은 많이 두둑해진 것만 같다.


100편의 글들은, 내 안의 무늬가 된 상처들을 다시 쓰다듬게 했었고, 수없이 휘청이고 방황하며 헤매었던 길들 위에 무수히 찍혔던 발자국들을 바라보게 하였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일에 행복한 사람인지, 어디로 나아갈지를 알려주었다. 이것은 내 존재의 발바닥에서부터 차오른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이해고, 사랑이며,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힘이다.


이미 지난 100편의 글들은 자신만의 생명을 지니고, 세상을 만나고 있다. 브런치 통계를 보니, 그동안 전체 글의 조회수는 15,000에 가까워졌고, 그중 몇 편은 브런치와 카카오 메인 화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울증 카페 등에서 나의 글들을 읽고- '너무나 공감이 됩니다. 이런 글들이 있어야 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힘이 됩니다. 글이 꼭 책으로도 나오길 빌어봅니다.' 등의 댓글들을 보면서, 내가 계속 글을 써가는 것에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 새해에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강의들을 정리하며, 주제별로 잘 묶어서 보다 짜임새 있는 글들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100편의 마무리. 그리고 이제, 진짜 시작이다.

2022년을 하루 남기고 있는 오늘, 100편의 글들을 거름으로 피어날 2023년, 나의 마흔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이런 나의 과정들을 함께 해주고, 응원해준 모든 가족, 친구, 지인들과 브런치에서 인연이 된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고개와 몸을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