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내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교대를 다니며 혼란과 방황은 계속 이어졌다. 교대에서는 보통 4년 동안 각 과별로 수업을 함께 듣고 임용고시 준비도 함께 해서 휴학을 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는데, 나는 준비되지 않은 체 휩쓸리듯 어른이 되는 느낌이 너무나 답답했다. 사회로 나가기 전에 보다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친구들이 임용고시 준비를 하기 바쁜 4학년 때, 교환 학생에 지원하여 대만으로 떠났다.
하지만 도피하듯 떠나왔던 곳에서, 나는 대학 시절 내내 만났던 남자친구와 이별을 하고, 고등학교 동창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때는 가장 사랑했던 이와의 이별과 고등학교 때 1등으로 입학하여 3년 내내 라이벌로 생각했던 똑똑한 이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비가 그치지 않는 우기에, 말이 거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곰팡이처럼 우울증이 온몸으로 번져갔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을 때, 나는 교수님과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우울증은 더 심해졌다. 게다가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만 같은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결국 ‘심각한 우울증’이라는 사유로 학교에 휴학을 신청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지내는 날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장마처럼 길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하루의 대부분은 흐리멍텅하게 집중이 안 되고 죽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와는 반대로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울리는 ‘살고 싶다’는 열망이 변화를 이끌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며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어른들은 어딘가 외롭고, 불안하고,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었다. 때마침 누군가 보내준 것처럼 동행자가 나타났다. 나는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를 가게 되었다.
그 곳은 중국의 침공을 피해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다람살라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나는 티베트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달라이라마의 법회와 근처 명상 센터의 강의 등을 들으며 그곳에서 몇 달을 머물렀다. 그러면서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밥 먹듯 기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기도와 마음은 빛이 되어 내 마음을 밝혀주고, 내 안의 얼음들을 녹여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다.
그렇게 삶의 바닥에서 극적으로 건져 올려진 경험을 하고 나는 교대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기 위해 복학을 했다. 당시 나는 교사가 되기보다는 글을 더 배워서 작가가 되고 싶었다. 교내에서 열린 소설과 시 공모전에도 모두 당선이 되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다시 내 길을 바꾸었다. 셜리번 선생님과 헬렌 컬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블랙’이라는 인도 영화였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살아있던 존재에게 빛을 비추며 삶을 변화시키는 영화속 선생님의 모습에서 교생 실습 때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불꽃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우울증을 통해 지독한 어둠 속에 갇혀있다 나와서인지 그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것만 같았다. 임용고시가 100일 정도 남은 때였다. 나는 임용고시에 합격하게 해달라기보다는 좋은 선생님이 되게 해달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기도를 하며 공부를 했다. 그 전처럼 누구와 비교하고 경쟁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런지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만날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모든 공부가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는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선생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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