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살아있는 생명들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꽃, 열매, 곤충, 동물들을 만나왔던 아이들은 자연스레 모든 생명들에 관심을 가진다. 처음 보는 열매를 따보기도 하고, 새로운 동식물을 볼 때면 책이나 다큐멘터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4살 때부터 해양생물학자가 꿈이라고 했고, 첫째는 요즘 동물들을 치료해 주고 보호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외할머니댁에 열린 매실
거미나 사마귀도 친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그렇게 곤충들과 동물들을 친구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예전에 내가 만났던 9살 여자 아이가 떠올랐다. 그 아이는 유난히 벌레를 무서워해서, 쌀벌레나 파리만 봐도 기겁을 하고, 벌벌 떨며 저만치 달아나는 아이였다. 나는 그런 아이와 함께 프랑스의 시골마을인 보르도에 있는 플럼빌리지를 다녀오게 됐었다. 그곳의 숙소들은 들판 위에 있는 오래된 건물이었고, 건물 주변에 정원처럼 꽃과 나무들이 많아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었다.
처음엔 벌이나 나비만 봐도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도망가기 바빴던 아이는 상생과 공존을 중요하게 여기는 플럼빌리지에서 몇 주간 지내는 동안 더 이상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곤충들이 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꿈을 얘기할 정도였다. 나는 그런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낸 건, 그 아이가 사람들이 다른 생명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고, 익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감정과 마음과 태도를 그대로 모방하며 성장하기에, 어른들이 어떤 대상을 무섭고, 두렵고, 더럽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그리 대하면 그를 흡수한다. 반면에 어떤 생명이든 소중하다고 여기고 존중하는 모습과 태도를 보여준다면 아이들도 그를 익힌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뒤로,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등의 책을 통해, 나도 많은 해충들에 대한 편견도 내려놓으려 노력해오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모든 생명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를 위해 주말이면 주로 국립공원이나 숲 속 등 자연에 자주 가려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곤충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최근에는 작은 노트에 곤충들을 한 마리씩 그리기 시작했다. 집중을 해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은 당근 자연관찰전집에서 곤충 이름까지 하나씩 찾아서 쓰고 나서 기둥에 붙인다.
그렇게 자연에 다녀올 때마다 한 두 개씩 그림들이 늘어가며 너무나 귀여운 곤충도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곤충도감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글씨와 그림을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궁금한 것들을 찾고 표현하는 것을 보며 배움은 사람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런 반짝이는 호기심과 배움의 즐거움을 계속 키워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양한 생명들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신과 주변을 모두 소중히 여기고, 돌보며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 그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가장 자주, 오래 보는 어른인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든다.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나날이 더 나아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의 글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더 낮은 곳에서 더 넓은 품으로 세상을 안을 수 있는 내가 되길 기도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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