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토스트를 먹는데, 아이들이 어제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짜요짜요' 요구르트를 달라고 했다. 냉장고를 열어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건네주니, 둘째가 '짜요'가 왜 두 번 들어가냐고 물었다.
"글쎄. 짜서 먹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그랬나?"
라고 추측하고선,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그렇게 두 글자가 반복되는 단어들을 찾아보자!"
라고 했더니, 둘째는 '토닥토닥', 첫째는 '생글생글'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다시 이어서
'예쁜 단어들을 찾았으니 그 단어들을 넣어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했더니, 뒷마당에 핀 튤립을 주인공으로 세 명이서 번갈아 한 문장씩 이어서 얘기하며 이야기 한 편을 뚝딱 만들었다.
*
어느 날, 예쁜 튤립이 피어났어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튤립을 '토닥토닥' 두드려줬어요. 튤립은 '생글생글' 웃었어요. 벌들이 '붕붕' 날아와서 꿀을 마셨어요. 그때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와 벌들이 시원해하다가, 다시 '부-웅' 날아갔어요.
뒷마당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는 튤립
이렇게 짧은 이야기를 한 편 완성한 뒤에도 아이들은 어린이집 가는 길 내내 '찰싹찰싹', '보듬보듬' 등 여러 가지 의성어들을 얘기하고 그 모양새를 흉내 내며 웃는다. 언어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감각적인 느낌으로 닿았을 때의 기쁨이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어제 둘째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엄마 우리나라가 사막 같아."
라고 비유했고, 첫째는 요구르트 양쪽에 구멍을 내어 마시다가,
"한쪽 구멍에 바람이 들어와 요구르트를 밀어주네."
라고 과학적인 원리를 몸으로 느낀 뒤 말로 표현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말들과 발견에 감탄하며, 모든 배움은 통합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실감한다.
매일 아이들이 쏟아내는 보석 같은 말들을 잘 받아 적으며, 나도 한 때 머물렀던 아이들 빛나는 세계에 다시 초대받을 수 있어 참 감사하다.
동시에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이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지라도 그대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
그대가 활이라면 아이들은 살아서 날아가는 화살이다.
신이 그대를 힘껏 구부려서 영원의 길에 놓인 과녁에
아이들이란 화살을 쏠 때 기꺼이 그대의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라는 칼릴지브란의 시처럼, 나를 통해서 온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의 삶으로 날아갈 때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내 품을 떠나갈 때, 기꺼이 활처럼 몸과 마음을 구부려 아이들을 세상에 보내주기 위하여 스스로를 연마한다. 아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둥지이자, 품이자, 땅이자, 지구로 남은 생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이처럼 내게 큰 스승이기도 한 아이들을 앞에서 억지로 끌어가지 않고, 한 발 뒤에서 따라가야겠다. 세상의 놀랍고, 신비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아이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닮아가는 건 나의 끝없는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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