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g shop이라고 적혀있는 대문처럼, 문을 여니 뭔가 숨겨진 새로운 공간이 '뿅' 하고 나타났다. 자두나무와 꽃들이 반겨주는 정원과 예쁜 책방 건물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책방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그림책들과 일반 책들이 주제별로 모여있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부엌과 누구나 꿈꿀만한 다락방까지 있었다!
책방 외에도 공간이 하나 더 있었는데, 원래 창고로 쓰던 것을 수리해서 춤을 추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쓴다고 했다. 우리는 숙박으로 독채를 완전히 빌려 쓰는 호사를 누렸는데, 그림책들의 표지와 제목만 봐도 마음이 따뜻하고 풍요로워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런 공간을 꾸미고 운영하는 품지기님과의 나눔이었다. 우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치 오랜만에 만난 언니 동생처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영화 일을 하다가 서울에서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완주로 내려오셨다는 언니는 숲 체험, 감정코칭, 타말파 표현예술치료 등 다양한 치유와 성장 작업을 거듭해오시다가 이런 공간을 운영하게 되셨다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점에서, 그리고 여러 삶의 키워드가 겹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들이 참 많았던 지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밤이 짧게 느껴졌다. 춤을 추다 여러 번 숲속에서 춤을 추는 무지개 돌고래를 보았다는 언니는 '무돌'이라는 별칭을 쓰고 계셨는데 정말 그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리셨다.
공간은 그 곳을 쓰는 사람을 닮기 마련인데, 그림책방 품은 정말인지 그런 무돌 언니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진실하게 걸어왔던 걸음들이, 그 걸음들로 넓혀진 다양한 세계들이, 두려움을 넘어 사랑으로 나아가고자했던 힘과 용기가, 무엇보다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나가며 다른 존재들까지 안아주고자 두 팔 가득 열어둔 깊고도 따스한 '품'이 그 곳에 있었다.
아이들도 그런 품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다 왔는지, 벌써 다시 또 언제 가냐고 물어본다. 나도 벌써 그 품이 그리워 달력을 보며 다음갈 날을 꼽아보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가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게 된다.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큰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한다.
이 만남과 이어짐에 참 감사하다. 서로를 비추며 마음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이를 만난 것이 참 귀하다. 소중한 인연의 끈을 잘 이어가며 때론 함께 숲속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때론 그 사이를 유영하듯 춤추는 돌고래처럼 이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