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선물 받은 채소 꾸러미

by 달리아

최근 여러 슬픈 뉴스들을 보며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장마철 내리는 비가 내 안에서도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기후 위기, 집중호우 희생자, 길거리 살인 사건, 교실붕괴와 교권 추락 등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고도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일상이 무기력과 슬픔에 서서히 잠겨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지난 번에 미술 전시 글에 전시 작가님께서 남기신 댓글을 보았다. 직접 농사지으신 농작물을 주신다니, 오랜만에 반갑고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사과와 사과즙을 챙겨 아이들과 미술관으로 향했다.

일주일 동안 공들여 쌓으신 구조물이 무너진 자리에는 그 파편들이 흩어져있었다. 구조물을 무너뜨리는 퍼포먼스가 궁금해서 일정까지 바꾸어 참여했었다. 그를 보며 예전에 호스피스 교육을 받을 때 배웠던 죽음의 과정이 떠올랐다. 우리 몸을 이루는 땅, 물, 불, 바람의 요소들이 하나씩 무너지며 힘이 빠지고, 수분이 마르고, 체온이 식고, 숨이 끊기는 과정들을 지켜본 적이 있다.


호스피스 교육과 실습의 기간은 생생한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고, 또 물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공들여 쌓은 구조물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 앞에서 나는 정신이 번쩍 나는 것만 같았다.

작가님께서는 횡성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토마토, 감자뿐 아니라, 가지, 오이, 애호박, 복수박, 달걀까지 한 박스 가득 챙겨주셨다. 너무나 많은 농작물들을 얼떨결에 한 아름 안고 왔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각기 다른 색들의 채소와 농장을 돌아다니는 닭들이 낳았다는 달걀 하나하나 참 귀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귀한 선물들을 바라보다 보니, 이 또한 자연에서 기른 예술작품이라 여겨졌다. 주변 이웃들, 친구들에게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감사를 전할 때 느껴지는 따뜻함과 뭉클함은 살아있다는 감각과도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고통과 아픔이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 온기를 잘 지켜나가고 키워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언젠가 내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흩어지는 순간 남는 것이 욕망과 집착이 아닌 따스한 사랑이면 좋겠다.

이 글의 메시지처럼 나와 우리가 자신을, 주변을, 그리고 이 지구별을 포근하게 안고 살피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좋은 소식들과 뉴스들이 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채소꾸러미 #달리아일상 #공감교육 #공감교육센터 #공감교육센터따비

이전 13화어린이집 원장님께 반찬을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