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엄마 곁에서

by 달리아

한동안 첫째가 자꾸만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쳤다. 내리막길에서 뛰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문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여 피가 펑펑 나기도 했다. 아이가 다칠 때면 내 몸과 마음도 같이 아프다. 왠지 나의 부주의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더 속상해진다.


며칠 전에 '엄마, 아빠가 동생만 사랑하는 것 같다'라고 입을 삐죽거리고 눈물을 흘렸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관심을 끌려고 자꾸 다치고 아픈 건 아닌지,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불안한 건 아닌지... 원인을 찾고자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둘째가 태어난 뒤, 첫째가 느꼈을 마음들을 충분히 헤아려주고받아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혼자서 해결하기엔 버거워서, 신랑과 엄마와도 대화하며 나누다, 오늘은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님과 통화를 했다. 사랑으로 발도르프 교육을 실천하시며, 세 아이를 기르고 계신 엄마이신 원장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온화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나의 고민을 경청하신 뒤 원장 선생님은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oo 이는 정말 건강하게 잘 발달하고, 성장하고 있어요!
oo이가 자신의 마음과 요구를 표현하는 건 매우 건강한 거예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고보니 킥보드도 타고 활동반경이 넓어질 무렵 많이 다쳤던 아이

그러고 나서,


"아이가 다치는 것은 오히려 좋은 것일 수 있어요. 그만큼 아이가 몸을 더 다양하게 쓰며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다치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몸과 힘을 자각하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몸을 써야 하고 조절해야 하는지 알아갈 수 있어요."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다치는 것이 좋은 것일 수 있다'


는 말씀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아이가 본디 건강하고, 온전하다는 믿음과 중심을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는 게 참 중요하다는 자각이 들었다. <천일의 눈 맞춤>이라는 책에서 나왔던


'존재는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


는 문장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상담 공부와 여러 치유 프로그램들을 통해 알게 된 여러 병리적 증상과 원인에 대한 지식들이, 오히려 한 존재의 본성을 보는 것과 누군가를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무엇보다, 엄마가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도 그런 마음을 품게 되고, 엄마가 믿음과 사랑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그렇게 보며 자라게 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


나의 시선과 마음이 걱정과 두려움이 아닌 믿음과 사랑으로 채워지자, 어느 때보다 소리 내어 크게 웃던 아이는, 잠자리에 누우며 스스로 무릎에 잔뜩 붙여둔 반창고들을 뗐다.


"아이, 시원해~"


하는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나자,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찬양 동요인 듯했다.


"오이 밭에 오이가 길쭉길쭉~ 자기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정말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위에 계신 하나님이 키워주셨죠."


더듬더듬 가사를 기억해가며 노래를 몇 번이나 부른 아이에게, 나는 오이 대신 아이 이름을 넣어 노래를 다시 불러주었다. 아이는 깔깔 웃다가 이내 잠이 든다. 아이의 노래를 통해, 아이를 키워준 많은 존재들을 가슴으로 만난다. 얼마 전 읽었던 나태주 시인님의 시도 찾아 다시 읽는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 곁에서

알게 모르게 엄마를 거드는

햇빛을 보아라

바람을 보아라


사실 아기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보이지 않는 사랑의 손이

거들어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이슬비와 햇볕이 새싹을 키우듯

바람과 달빛이 사과알을 익히듯


- 나태주, '아기를 키우는 엄마 곁에서' 中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나니, 코로나와 여러 사건사고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아이들을 지키고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몸이 이완된다. 마음을 혼란스럽고, 무겁게 했던 불안과 죄책감도 내려놓으니, 다시 평안이 찾아온다.


나는 눈을 감고 아이와 나를 둘러싼 믿음과 사랑의 손길들과 연결 고리를 느껴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깊이 숨을 들이 쉬어본다.


숨을 고르는 밤하늘 위에 달과 별이 활짝 미소를 짓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