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넘어 12감각을 공부하다

by 달리아

두 아이들을 발도르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감행했다. 발도르프 어린이집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교육이다. 부모가 아이의 발달과 성장 과정을 배우며 아이들의 감각을 보호해 주고 진짜 필요한 것들을 전하는 것이다. 몇 년간 어린이집을 통해 리듬과 예술의 중요성, 미디어와 조기교육의 유해성 등을 많이 배우고, 실제 일상에서 많이 느껴왔다.


지난달 김현경 선생님의 12감각 부모 강연에 이어, 지난주와 오늘 두 번에 걸쳐 12감각 책 읽기 모임을 했다. 12감각은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인 슈타이너의 감각론이기도 하다. 흔히 감각론에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오감에 생명감각, 고유운동감각, 균형감각, 열감각, 언어감각, 사고감각, 자아감각 등의 감각이 더해진다.

이러한 감각 중 영유아 시기에 특히 중요하게 발달되는 감각은 촉각이다. 촉각은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를 느끼게 하며 안정감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각 공부나 부모 교육을 통해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고, 성장기에 구멍처럼 비어있던 결핍을 마주하게 되고, 그를 채워가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가 결국 나를 키우는 것이라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부모모임을 하면서는 나와 비슷한 결을 지닌 엄마들과 연결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대개 자연주의 출산이나 자연주의 육아, 환경, 생태, 영성에 관심을 가지는 엄마들이 많아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책 모임을 하게 되어 뒷마당의 작은 텃밭에서 가지와 바질을 수확해서 썬드라이 토마토, 올리브, 크림치즈를 더해 통밀빵에 얹어 먹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짜이도 팔팔 끓여 냈다. 커피를 내려오거나 갈레트 빵을 가져온 엄마도 있어 상차림이 더 풍성해졌다.

각자의 성향은 다른 만큼,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도 달랐지만, 그만큼 서로를 더 풍요롭게 채우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절망적인 시대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좌절과 분노와 눈물과 죄책감과 불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희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엄마들의 의지와 사랑이 참 크고도 귀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넘치면서도, 진짜 지켜야 할 중요한 것들은 부족해지는 이 사회에서 이런 엄마들과 더 깊고도 단단한 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 여름날의 풀처럼 자라나는 이 세상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하며, 담쟁이처럼 연결된 손을 맞잡고 모든 벽들을 넘어가고 싶다. 나의 아이를 넘어, 모두의 아이들을,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을 안는 그 품은 기필코 이 어둠을 넘어서게 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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