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며 기쁜 일도 많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친한 언니들과 대화를 중 일주일만 봉쇄수도원에서 쉬다 오고 싶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어린아이들을 보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많이 생겨 몸은 항상 경계태세나 긴장상태이고, 자다가 깨는 일도 많아 피로가 쌓인다. 그렇게 방전이 되고 소진이 되다 보면 절대적인 고요와 고립의 시간이 주는 충전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대자연 속 수도원에서 쉬다오고픈 때가 있다. @픽사베이행사의 달인 5월엔 주말에 이어 쉬는 월요일이 두 번이었다. 연휴가 길어지면 좋은 점도 있지만 아이들과 3일 연속 하루종일 지내는 데엔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연휴처럼 비가 내려 여행 가기에도 애매한 때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 어젯밤에 신랑이 '내일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다녀올게.'라고 했다. 나는 겉으로는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적 댄스를 추며, 주어진 시간을 어찌 쓸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버킷리스트처럼 적었다.
두 아이 엄마의 오늘 하루 버킷리스트
- '느긋하게' 반신욕 하기
- '집중해서' 글쓰기
- '매운' 떡볶이 먹기
- '달달한' 후식 먹기
- '내 마음대로' 티비 채널 돌려보기
- '알람 맞추지 않고' 낮잠 자기
아침을 먹고 10시가 좀 넘어 신랑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욕조에 캐모마일과 소금을 넣어 뜨거운 물을 받았다. 좋아하는 향초도 켜고 반신욕을 하니 긴장됐던 몸의 근육들이 풀어졌다. 아이들이 있을 땐 거의 샤워만 하는데, 그나마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들이 엄마 뭐 하냐고 문을 두드린다ㅠ
목욕 후엔 계란을 삶아 떡볶이를 해 먹는다. 평소 아이들 식단에 맞추느라 맵고 짠 음식들을 안 먹었더니, 가끔 이렇게 먹어줘야 한다. 실제로 맵고 짠 음식을 적당히 먹으면 혈액순환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현미치즈떡볶이에 반숙으로 잘 삶긴 계란을 넣어 먹으니 진짜 눈물이 나게 맛있다. 국물에 밥까지 비벼 야무지게 먹고 나서는 냉장고 속 남겨둔 티라미수와 유자오미자청을 꺼내 먹고 마신다. 매운맛 뒤의 달달한 맛이 주는 희열은 말로 다 담기 어렵다.
그 외의 목록들도 평소에 다 할 수 있긴 하지만 '' 속 표현처럼 '집중해서', '내 마음대로' 하는 자유를 마음껏 누려본다. 지금 이 글도 끊기지 않고 단숨에 쓸 수 있어 기쁘다.
평일에 오후 강의가 없거나 할 때도 낮잠을 잘 수 있지만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춰가야 하니 매번 알람소리를 듣고 겨우 일어났는데, 오늘만큼은 원하는 만큼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널브러진 장난감이나 빨랫감, 쌓여있는 설거지에는 잠시 눈을 감는다.
놀랍게도 몇 시간 만에 위에 적어놓은 목록 안의 일들을 모두 했다. 애써서 한 것도 아니고, 게으름을 한껏 부린 느낌인데 무언가 뿌듯하게 몸마음이 차오른다. 신랑이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사진을 보내줘서 더 편하게 쉬게 된다. 신랑에게 출발할 때 연락을 달라고하자, 저녁을 먹고 온다길래 또 한 번의 내적댄스를 추고 숨을 고른다.
365일 중, 이렇게 오롯이 나 자신과 보낸 하루가 얼마나 되는지... 자주 있는 날이 아니기에 더 귀하고 소중하다. 내가 아이들과 친정이나 여행을 갈 때 신랑도 이런 시간을 가지겠다 싶다. 서로에게 그런 충전의 시간을 종종 선물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엄마아빠 역할을 열심히 하는만큼 가끔씩은 책임감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볼 시간을 주는 것이다.
해가 저물어가니 슬슬 아이들의 왁자찌껄한 목소리와 활기가 그리워진다. 오늘 밤엔 좀 더 여유로워진 목소리와 표정과 품으로 아이들을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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