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미루지 않는 습관

희생이 아닌 사랑으로 나아가기

by 달리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임신 중에 몸 마음 변화가 많아서인지 그림을 많이 그렸다. 화실을 다니며 편화와 색연필화를 배우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출산 예정일에 가까워 일찍 눈이 떠진 새벽에 활짝 핀 꽃의 중심에서 아이 머리가 나오는 그림을 그렸는데, 몇 시간 뒤 이슬이 비치고 그날 저녁 첫째를 출산했다.

출산하는 날 새벽에 그린 색연필화

그 뒤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일들이 이어졌다. 두 살 터울의 둘째를 출산하고 나서는 하루가 어찌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이면 가끔씩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리긴 했는데, 아이들이 깰까 봐 주로 스케치에 그쳤다. 언젠가는 캔버스에 물감으로 큰 그림들을 그릴 날들을 꿈꾸기만 했다.

몇 년전 봄날 아이들 잠들고 작은 엽서 사이즈 종이에 그렸던 그림

그러다 문득, 내가 막연히 상상했던 '언젠가'라는 순간은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연기처럼 실재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생활비에 여유가 더 생기면', '시간이 더 많으면', '코로나가 끝나면'이라는 조건이 붙으니, 마치 영어에서 'If'를 쓰는 가정법이 그렇듯 그것은 자꾸만 실현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어갔다.


이렇게 미루다 가는 그 시간은 영영 오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강사비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실을 등록한 것이다. 보통 생활비 외 여윳돈이 생기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거나 주변 이들에게 선물을 하는 편인데 이번엔 나 자신을 행복하게 충전할 수 있는 일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었다.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화실을 등록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기쁠 수가 없었다. 이젤을 세워두고, 캔버스를 올려 제소와 물감을 짜는 것만으로도, 붓으로 배경색을 칠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그림을 그리는 분이 소묘를 하며 나는 사각사각 소리만 들어도 기쁨이 솟아났다. 이처럼 좋은 것을 이제야 하다니!

그러면서 문득, 내가 가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상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과일은 깎아서 뼈대만 먹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줄곧 미루고 가족들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엄마의 모습은 내 마음의 한편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희생하고 배려하는 것을 넘어, 가족들과 더불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건강한 엄마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실을 다닌 지 한 달 남짓한 오늘 드디어 첫 아크릴화를 완성하였다.


작품명은

'모든 혼란은 꽃을 품고 있다.'

(Every Chaos embraces a Flower)

Acrylic on Canvas by Dalia. 33×24 size.


로 정했다.


지난 삶에서 때때로 혼란과 고통과 시련과 아픔이 찾아와 씨앗처럼 작게 웅크리던 시간들이 있었다. 인내의 시간들과 영혼의 어두운 밤을 거치며 나는 서로의 뿌리를 맞잡고 연대하는 법과 껍질을 깨고 빛으로 나아가는 법을 익혀왔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살 것이다. 삶을 예술로 빚어가며 마음껏 표현하고 나눌 것이다. 씨앗으로 머물지 않고, 꽃으로 피어나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행복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만끽하고, 감사할 것이다.


나는 나의 최대치로 피어날 것이다. 그러함으로 나의 주변을 향기로, 아름다움으로 채우며, 더불어 함께 꽃 피어날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리는 이 생의 큰 그림이기에, 선언 같은 글을 이 밤에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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