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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나무에는 노래하는 새가 날아든다'

by 달리아

댄비글방 식구들과 윤호섭 교수님의 그린캔버스에 다녀왔다. 대학생 때 자주 오가던 인사동 길에서 윤호섭 교수님을 종종 뵙고 티셔츠 그림도 받은 적이 있었다. 히말라야를 오가던 시절에는 태국에서 환승하는 비행기 안에서 교수님을 뵈었다.


교수님의 제자인 댄비 덕분에 거의 13년 만에 교수님을 뵈었는데, 호랑이처럼 형형한 눈빛이 여전하셨다. 그린캔버스에는 정말 보물 같은 작품들이 가득했는데, 작품들에 담긴 이야기들도 너무나 특별했다.

사진 @댄비

교수님의 말씀 도중, 동네 어린이집 아가들이


"선생님, 계세요? 저희 왔어요~!"


라며 정말 예쁜 새들이 지저귀는 목소리로 합창하듯 들어왔는데, 교수님과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아잉, 더 있다 가고 싶다."


라며 돌아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수님께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시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들은 팸플릿과 핑크빛 색연필을 들고 보물찾기 하듯 크고 작은 작품들을 찾았다. 숨어있던 작품들을 찾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을 터져 나왔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순수한 기쁨이 느껴졌다.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평화나무 농장의 소똥, 나무를 심은 사람들 필사본, 그리고 '마음속에 초록나무를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노래하는 새가 날아온다.'라는 뜻을 지닌 영문과 한자 글이었다.

70년대부터 같은 곳에서 살아오시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시는 교수님의 존재 자체가 여러 새들이 날아드는 아주 커다란 나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업실을 감싸 안은 칡넝쿨처럼, 인도에서 보았던 반얀트리처럼, 그 자체가 숲이 되고, 쉼이 되고, 품이 되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시간과 마음을 기꺼이 내어주신 교수님께 허브 밭에서 직접 만든 바디샴푸와 스머지, 허브차들을 전해드렸는데, 작은 것도 크게 받아주시는 넉넉한 마음에 또 한 번 감동이 느껴졌다.


댄비글방 사람들은 서로 나눔의 대가들인데, 밥도 얻어먹고, 차도 얻어마시고, 댄비가 미리 주문해 둔 악어빵까지 품에 안고 집에 가다 보니 진짜 부자가 된 풍요로운 느낌이 들었다. 휫먼과 지하철에 남아 얘기를 나누는데,


"보통 사람들은 서로 이익을 얻기 위해 만나 서로 주지 않으려 하는데, 댄비모임에서 만난 분들은 서로 더 주고 나누고 싶어 해서 늘 받는 느낌이다."


라는 말이 내내 기억에 남았다.


이 세상 곳곳에 초록 나무 같은 분들이 많아지고, 그 나무의 열매와 씨앗들을 세상에 널리 나누며 노래하는 새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 꿈이 현실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내 마음, 내 삶부터 잘 가꾸어야겠다.

양산 꽃피는학교 정호언니가 나를 생각하며 그려 준 또롱또롱 딱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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